한국일보>

이순지
기자

등록 : 2018.06.08 15:11
수정 : 2018.06.09 14:17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카페”…보노보노 대표가 전한 커피와 삶

등록 : 2018.06.08 15:11
수정 : 2018.06.09 14:17

보노보노 대표

직장인들이 분주히 오가는 경기 성남시 판교역로에 심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는 카페가 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족히 수천 개가 넘어 보이는 커피 용품들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곧이어 여느 카페와는 다른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신이 직접 커피 콩을 볶았다며 ‘숙제 검사’를 받는 손님, 귀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암호 같은 커피 용어를 말하는 손님 등이 차례로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달 28일 카페 ‘보노보노’에서는 연신 놀라운 상황들이 이어졌다. 커피 머신 소리만 들리는 다른 카페들과 달랐다. 이곳 바리스타이자 경영자인 보노보노 대표는 뿔테 안경 너머로 매서운 눈빛을 뿜으며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눈앞에는 난생처음 보는 황금색 커피 용품들이 자리했다. 보노보노 대표가 커피 원두에 천천히 물을 붓는 순간 마법이 시작됐다. 커피 원두는 물과 닿아 부풀기 시작했고, 똑똑 소리를 내며 한 방울씩 떨어졌다. 옆에서 커피 맛을 보던 손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금까지 커피가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린 걸 알았다”며 커피잔을 한참 들여다봤다.

보노보노 대표가 에티오피아 게이샤 원두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보노보노’는 온라인상에서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카페’로 통한다. 25년의 세월을 커피와 함께 보낸 보노보노 대표에게 이 공간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잘 모르는 사람도 모두 커피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곳이다. 보노보노 대표는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밥을 짓는 그 마음을 생각하며 커피를 만든다”며 커피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차원을 뛰어넘는 커피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 보노보노 대표는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2001년 세계 낚시월드컵 국가대표를 지냈고, 제주방송 등 여러 채널을 오가며 전문 방송 진행자로도 활약했다. 그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제 인생에는 낚시, 커피, 방송이라는 트라이앵글이 항상 존재했어요.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내려고 치열하게 노력했죠. 낚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내 이름을 내건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결과물입니다.”

보노보노 대표는 낚시, 커피, 방송을 병행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그 중에서도 커피는 그를 위로해 준 존재였다고 한다. 2006년 보노보노 대표는 사업 스트레스로 뇌경색을 앓았다. 그때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 커피였다. “아내 권유로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일본, 중국, 유럽을 오가며 커피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그때 ‘남은 생은 커피를 내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수만 번 커피를 내리고 맛을 보며 커피를 연구했다고 회상했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는 고스란히 그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 전해졌다. 보노보노 대표가 내린 커피 맛을 본 사람들은 또 그를 찾는다.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와 제가 만드는 커피 맛은 많이 다르죠. 제가 이곳에 오는 분들에게 커피를 드리면 ‘침샘이 터진다’는 표현을 쓰는 분도 있어요. 잘 내린 커피는 사람에게 좋은 약과 같아요.”

커피 맛에 반한 사람들은 커피에 빠져 그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보노보노 대표 손을 거친 제자만 해도 100여 명이 넘는다. 보노보노 대표는 환한 미소로 앞으로의 커피 인생을 그려나갔다. “누군가는 저에게 커피 장인이라고 말하죠. 저는 그런데 장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커피와 함께 사는 ‘생활인’이라 불리고 싶어요. 그냥 평생을 커피와 함께 살아가는 거죠.” 그는 앞으로도 좋은 커피를 사람들에게 알리며 살고 싶다고 했다.

글ㆍ사진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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