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M) 사이즈는 없나요?”
대학생 이수정(24)씨는 26일 치마를 사려고 서울시내 백화점 여성복 매장을 들렀다가 빈 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었지만, 치수가 맞지 않았던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M 사이즈’를 문의했다가 “그 옷은 스몰(S) 사이즈까지만 나오고 M 사이즈는 나오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에 얼굴만 붉어졌다. 이씨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옷을 사면서 국내 여성 의류 중에 넉넉한 사이즈를 만들지 않는 곳이 꽤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가 가진 느낌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성환경연대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여성 의류 148벌(브랜드 기준 31개)을 조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는데, S 이하 사이즈만 파는 의류가 88벌에 달했다. M 사이즈 이상을 입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옷 5벌 중 3벌은 아예 구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31개 브랜드 중 S 이하 사이즈 옷만 만드는 곳도 23개에 달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 중 해외 브랜드 옷은 4벌뿐이고, 나머지 84벌이 모두 국내 브랜드였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국내 여성 의류 브랜드 사이즈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대학생 김모(23)씨는 “키 160㎝에 59㎏인데 국내 브랜드 S 사이즈는 터무니 없이 작고, 그보다 큰 사이즈를 찾긴 너무 어렵다”며 “국내 브랜드 매장을 가면 내 몸이 너무 뚱뚱한 것인지 괜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특히 ‘여성스러운’ 옷일수록 사이즈가 더욱 한정적이었다. 치마의 경우 XL 사이즈보다 큰 옷을 생산하는 곳은 조사 대상 26개 브랜드 중 단 2개(7.7%)에 불과했다. 블라우스도 31개 브랜드 중 8개(25.8%)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기성 브랜드에서 치마를 사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체념할 정도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국내 의류업체가 작은 사이즈를 주로 생산하면서, 여성들에게 ‘마른 몸매’가 ‘표준’이며 ‘정상’이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이 ‘정상’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들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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