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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남북 바닷길… 묵호항 “북 손님 왔다”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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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남북 바닷길… 묵호항 “북 손님 왔다” 들썩

입력
2018.02.06 17: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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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에

묵호항 시설정비 등 온종일 분주

주민들 “평화의 상징 된 듯” 들떠

보수단체 120여명 항의 시위도

정부 “정유제품ㆍ식자재 등 공급”

6일 만경봉호 입항을 앞둔 묵호항 전경. 동해=이상무 기자
6일 만경봉호 입항을 앞둔 묵호항 전경. 동해=이상무 기자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했다. 정부가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을 금지한 5ㆍ24 조치를 예외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약 3년 만에 한시적이나마 남북 해로가 열리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측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오전 9시 50분쯤 해상경계선을 통과했고, 남측 호송함 안내를 받아 오후 5시쯤 묵호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남북의 바닷길 교류는 2014년 11월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 사업으로 북한 나진항을 출발한 선박이 포항 앞바다에 정박한 이후 처음이다. 만경봉 92호 국내 입항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북한 응원단을 싣고 부산 다대포항에 들어온 이후 약 16년 만이다. 특히 국내 입항은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을 금지한 5ㆍ24 조치에 위배되나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예외를 적용했다.

만경봉 92호가 도착함에 따라 약 150명의 예술단 방남이 마무리됐다. 전날 선발대 인원 23명이 공연 준비 차 먼저 내려왔고, 이날 내려온 본진은 음악인 114명과 지원인력으로 구성됐다.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은 모란봉악단 등 6, 7개 공연단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단은 8일 강릉아트센터 공연을 마친 뒤 11일 예정된 서울 국립극장 공연을 위해 서울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날 북측은 김일국 체육상 등 민족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4명), 응원단(229명), 태권도 시범단(26명), 기자단(21명) 등 280명이 7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조용했던 묵호항은 북측 인원 맞이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선박이 정박하는 구여객터미널은 지난 11월부터 운영이 중단돼 수도관이 얼어 있는 등 정비가 시급했다. 터미널 관계자들은 오전 중 시설 정비를 완료했다. 엑스레이 검색대도 2대 설치됐다. 경찰병력 9개 중대(약 720명)가 배치됐고, 묵호항 일대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선박이 자리한 제3부두는 외부로부터 완전 격리된 모습이었다. 폴리스라인 등이 설치됐으며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됐다. 터미널과 불과 150m 정도 떨어져 있으나 예술단 이동 시 버스가 동원될 예정이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묵호항을 이용하는 건 관리ㆍ경호가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주민 심현주(54)씨는 “3년간 묵호항 인근에 살았는데, 조용하던 동네가 올림픽이네, 북한이네 하며 들썩이니 기분 좋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 박은주(42)씨는 “묵호항이 마치 평화의 상징이 된 것 같다”며 “예술단이 별 탈 없이 체류하고 무사히 귀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입항 장면을 보기 위해 묵호항에 대기하는 시민도 상당했다. 묵호항을 촬영하던 한 시민은 “갈매기들까지 환영하는 듯 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선박 정박 후 통일부 관계자 등이 배에 올라 예술단에 환영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한애국당 당원 120여명은 오후 4시 묵호항 인근에 모여 “평양 올림픽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만경봉 92호가 묵호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인공기와 한반도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을 소각하기도 했다. 과격 행동을 제지하는 경찰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묵호항 도착 후 예술단이 강릉아트센터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예술단은 선박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체류 기간 동안 선박 운영에 필요한 정유 제품 및 예술단 식자재 등은 정부가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해 9월 미국 재화 및 서비스의 대북 이전을 제한한 미국 독자제재 규정을 고려, 미국산 제품은 제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동해=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6일 만경봉호 입항을 앞둔 묵호항에서 북한 예술단 방남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동해=이상무 기자
6일 만경봉호 입항을 앞둔 묵호항에서 북한 예술단 방남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동해=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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