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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긴박했던 주말… 서울은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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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긴박했던 주말… 서울은 평온했다

입력
2015.08.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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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등 나들이 시민들로 북적

"도발 반복되며 위험에 내성" 분석

"사안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평온"

노인ㆍ외국인들은 안보불감증 지적

북한의 포격 도발과 관련해 극적으로 열린 남북 최고위급 회담이 새벽에 끝났다가 오후 늦게 재개되는 등 남북 관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소와 다름 없이 평화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북한의 포격 도발과 관련해 극적으로 열린 남북 최고위급 회담이 새벽에 끝났다가 오후 늦게 재개되는 등 남북 관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소와 다름 없이 평화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지난 20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포격 도발 이후 긴박하게 흘러간 남북관계에도 시민들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한 주말을 보냈다. 과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면 나타나던 사재기 현상이나 일상 속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의 협박이 일상화하면서 위기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오후 서울 도심은 평소처럼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오후 5시가 북측이 추가 도발을 예고한 ‘최후통첩’ 시한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명동의 한 영화관은 최근 흥행 1위를 질주하는 영화 ‘베테랑’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로 매진 사례를 이뤘다. 대학생 김지우(24)씨는 “북한이 위협과 협박을 반복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번 사태 역시 명분 없는 생떼에 불과하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쇼핑을 나온 박정우(43)씨 역시 “이 정도 도발로 흔들릴 대한민국이 아니다”며 “신경은 쓰이지만 정부가 현명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이날 전국 영화 관람객 수는 99만5,000여명으로 3주 전 토요일이었던 1일(59만7,000여명)보다 훨씬 많았다.

23일 서울역 인근의 대형마트도 장을 보러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사재기 같은 극성스러운 생필품 구매는 보이지 않았다. 라면과 생수를 한 아름 쇼핑카트에 담고 있던 한 일행은 “가족 소풍을 준비하기 위해 조금 더 사는 것일 뿐 북한의 위협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트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 주말과 비교해 물품 소비가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북한 포격도발 관련 동향 및 금융시장 상황점검’ 자료에 따르면 큰 폭으로 하락한 국채금리나 주가와 달리 국내 실물경제에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북한이 국지적 도발 후 대화 제의를 하는 ‘협박성 도발’을 되풀이하면서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해졌다고 진단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을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 마음 속에 남북 간 긴장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종의 내성이 생겼다”며 “냉정함을 유지하며 쉽게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노년층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평온한 사회 분위기를 두고 안보 불감증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이날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를 찾은 캐나다 유학생 A(22)씨는 “한국 친구들이 괜찮다고 해 안심은 하고 있지만 정작 CNN 등 해외 뉴스에선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를 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울역에서 북한의 도발관련 뉴스를 시청하던 이모(76)씨도 “김정은 정권이 갈수록 무모한 군사적 술책을 강화하는데 젊은이들의 경각심이 너무 무뎌져 있다”며 “이 참에 현역 군인뿐 아니라 예비군의 대비태세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종천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가 북한의 위협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군사적 도발의 파급력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왜 무사태평인가’라며 오히려 외국에서 더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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