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슈틸리케의 성공 키워드 5… 한국 축구 재탄생 '감동 드라마'
알림

슈틸리케의 성공 키워드 5… 한국 축구 재탄생 '감동 드라마'

입력
2015.02.01 16:18
0 0

학연·지연보다 실력으로 평가… '군데렐라' 이정협·김진현 샛별로

주전 부상에도 뛰어난 위기 관리… 베테랑·신예의 환상 호흡 유도

울리 슈틸리케(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 도중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시드니=AP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 도중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시드니=AP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ㆍ독일)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 등정 직전에서 한발 물러섰다. 한국은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와 연장 승부 끝에 1-2로 분루를 삼켰다.

1960년 서울 대회 이후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수 많은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작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수모 당했던 한국은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 이후 한국 축구가 부활에 시동을 건 시간은 5개월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빠른 시간 안에 한국 축구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불편부당( 不偏不黨)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불신이다. 국가대표를 선발 할 때 사령탑의 학연, 지연 등이 작용한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명보(46)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박주영(30ㆍ알샤밥)을 발탁할 때도 ‘의리’ 논란이 일었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한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을 중용한 흔적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 학연, 지연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는 오직 실력으로만 선수들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아시안컵에서 ‘군데렐라’가 된 이정협(24ㆍ상주 상무)과 수문장 김진현(28ㆍ세레소 오사카)이 깜짝 발탁됐다. 난 생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정협은 이번 대회에서 두 골을 뽑아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진현도 준결승까지 무실점으로 철벽 수비를 펼치는 최고의 활약으로 보답했다.

● 위기관리(危機管理)

이번 아시안컵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청용(27ㆍ볼턴)과 구자철(26ㆍ마인츠) 등 핵심 선수들이 조별리그 부상으로 대회를 조기에 마감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위기에 더욱 강했다. ‘플랜A’가 가동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준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전과 비주전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선발한 23명 중 부상 중인 골키퍼 정성룡(30ㆍ수원 삼성)을 제외한 22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팀내 무한 경쟁을 유도하자, 실보다 득이 많았다. 베스트 멤버로 볼 수 있는 선수들은 혹사를 당하지 않았다. 22명이 제 역할을 해내면서 빡빡한 대회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플랜B’를 확실하게 가동한 덕분에 큰 위기 없이 결승 무대를 밟았다.

● 신구조화( 新舊調和)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이유를 큰 경기 경험 부족으로 진단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팀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부족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홍명보호에서 30대는 곽태휘(34ㆍ알 힐랄) 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곽태휘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다 돌아왔다.

이번 아시안컵에도 젊은 선수들이 많았다. 평균 나이가 26.7세로 브라질 월드컵(26.1세)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30대 선수를 5명이나 승선시켰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차두리(35ㆍFC 서울)를 설득해 팀에 합류시키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차두리와 곽태휘, 이근호(30ㆍ엘 자이시) 등 베테랑들은 손흥민(레버쿠젠), 김진수(호펜하임ㆍ이상 23) 등 어린 후배들을 이끌었다. 완벽한 신구조화를 이룬 ‘슈틸리케호’는 이전보다 더욱 강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 실사구시( 實事求是)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수식어를 얻었다. 상대팀들이 한국만 만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해서 ‘늪축구’, ‘질식축구’라는 찬사를 들었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않고 실속 있는 축구를 한다고 해서 ‘실학축구’라는 평가도 받았다. 신과 같은 능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갓틸리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을 빗댄 ‘다산 슈틸리케’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국은 대회 조별리그에서 오만과 쿠웨이트, 호주를 상대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1-0 승리.

슈틸리케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명수비수 출신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은 뒤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주력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 4강전까지 5경기에서 7골을 넣고 480분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내준 실점이 유일했다. “공격이 강한 팀은 승리를 하지만 수비가 강한 팀은 우승을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화려하진 않았지만 지지 않는 축구로 실리를 챙겼다.

● 무신불립(無信不立)

브라질 월드컵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보다 ‘명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결승으로 이끈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3ㆍ네덜란드) 감독과는 계약을 눈 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는 협상이 결렬 됐고, 이름 값은 떨어지지만 헌신과 열정이 돋보인 슈틸리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전 선수 입장 때 태극전사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각별한 믿음을 드러냈다. 전장에 나서는 병사들은 자신들을 믿어주는 장수를 위해 투혼을 보여줬다. 한국 축구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는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낸 슈틸리케 감독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동영상] 대한민국 전 경기 하이라이트 모음

● 결승 (vs 호주)

● 4강 (vs 이라크)

● 8강 (vs 우즈베키스탄)

● 예선 (vs 호주)

● 예선 (vs 쿠웨이트)

● 예선 (vs 오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