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와 발생 위치도 번복 논란
기상청이 23일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을 9시간 만에 한 차례가 아닌 두 차례라고 수정발표하고 지진의 규모와 발생 위치 역시 뒤늦게 변경하면서 또다시 ‘뒷북 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앞선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서도 추가 함몰지진은 없었다고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말을 뒤집어 비판을 받았었다.
기상청은 24일 새벽 2시께 "23일 오후 5시29분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49㎞ 지역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오후 1시43분쯤 규모 2.6 지진이 한 차례 더 있었다"고 밝혔다. 지진 당일인 전날 기상청이 규모 3.2 지진이 발생했다고 최초 발표한지 9시간만으로,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애초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 발생지점이 남한에서 먼 데다가 규모가 작고 연이어 발생한 지진은 신호가 미약해 관측이 어렵다"며 "중국 측의 자료를 받아 규모 3.2의 지진을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앞선 지진이 감지됐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추가 분석과정에서 오후 5시에 발생한 지진의 규모 역시 3.0에서 3.2로 바꿨다. 지진의 발생 위치인 진앙 또한 첫 발표 당시엔 진앙지를 길주군 북 북서쪽 23㎞(북위 41.14도, 동경 129.20도)라고 밝혔지만, 약 5시간 후인 오후 10시31분쯤 길주군 북북서쪽 49㎞(북위 41.35도, 동경 129.06도)라고 수정했다. 다만 기상청은 이들 지진이 핵 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이 아닌 자연지진이라는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자연지진 때 발생하는 S파(상하진동 파동)가 우세했고, 인공지진 때 나타나는 음파는 관측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상청이 번번이 북한의 지진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인지를 못하면서 감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상청은 앞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때에도 함몰로 인해 2차로 발생한 지진을 이틀 뒤인 5일에 발표했을 뿐더러 추후 지질자원연구원에서 함몰지진 감지 사실을 통보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지진 규모가 작아 놓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앞선 핵실험 당시 함몰지진을 감지하지 못한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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