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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순실과 공영방송

입력
2016.10.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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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서 MBC 기자가 쫓겨 나는 일이 일어났다.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쫓겨 나는 것은 굴욕 중의 굴욕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정신 차려라” 같은 비난과 훈계도 이어졌다. MBC 보도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KBS의 아나운서는 사무실에서 JTBC와 TV조선을 시청하는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방송사에서 타 방송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KBS가 최순실 보도 경쟁에서 뒤지자 종편을 베끼려는 것 아니냐는 씁쓸한 지적이 뒤따랐다.

▦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KBS, MBC 두 공영방송의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신문이 미르ㆍ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씨 의혹을 다룬 게 9월 20일부터인데 두 방송은 한 달이 지나도록 비중 있게 취급하지 않았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치중하면서 최순실 사건은 면피용 정도로 처리했으니 두 방송만 보아서는 사건의 개요가 무엇인지, 최순실이 누군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방송은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0일 두 재단 관련 불법 행위를 엄정 처벌하겠다고 하자 비로소 기사 비중을 늘렸다.

▦ 두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청와대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KBS 노조는 “종편 베끼기에 급급한 현 상황은 보도 참사 그 자체”라면서 보도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잠적과 최순실의 연관성 등 보도해야 할 주제 일곱 가지를 제시했다. MBC에서는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자성과 함께 스스로 언론인가, 공영방송인가를 묻고 간판 뉴스 프로인 ‘뉴스데스크’를 더 이상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공정방송 회복 등을 요구하다 2012년 해고된 MBC의 박성제 기자는 “KBS는 재갈이 물려 있고 MBC는 이빨이 뽑혀 있다”고 주장한다. KBS는 여당의 의중을 따르는 사장이 조직을 장악했고 MBC는 파업 이후 기자들이 현장을 떠난 상태에서 친정부 보도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결국 경영진의 문제다. “최순실 못지않은 전횡으로 공영방송을 망친 사장과 간부들에게 공영방송을 맡겨서는 안 된다”거나 “거국중립이 필요한 것은 내각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경영진”라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박광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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