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에 이은 두 번째 전환점, 변혁 위해 정치인들 결단 필요”
정운찬, “박정희 시대로 퇴행”
“촛불에서 희망 봤다” 입 모아
“국회는 헌법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절차를 밟아야 한다.”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국정 공백 사태를 극복하려면 국회가 나서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15일 서울대 교수협의회 주최로 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헌정위기, 누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시국 대토론회에 기조 강연자로 나와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민주화에 이은 두 번째 전환점”이라고 규정한 뒤 “이 변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탄핵이라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박 대통령과 최씨에 대해 진행 중인 검찰 조사와 별개로 국회가 독자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법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압박할 것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 명예교수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 주요 대학 교수협의회장 등 10여명의 교수가 참석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정치ㆍ경제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현 정권이 한국사회를 1960~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기로 퇴행시켰다고 진단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박근혜정부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정경유착과 남북관계 파탄, 기득권 챙기기, 권위주의 등으로 요약되는 박정희 시대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최 명예교수도 박 대통령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모금한 것이 과거 새마을운동에서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하다며 이를 ‘약탈국가’의 행태로 지적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정유라 입학ㆍ학사부정 사태와 국가가 보여준 권력작동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며 “우병우, 진경준같은 검사들이 권력의 자리에 가기 위해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11ㆍ12 100만 촛불항쟁에서 한국사회의 희망을 엿봤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는 “지금은 경제위기와 정치무능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100만명이 참석해 한 목소리를 정권 퇴진을 외친 모습을 보며 ‘질서 있는 국민혁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하야가 아닌 국회의 탄핵을 강조한 최 명예교수 역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탄핵요구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참석자들은 이를 근거로 이번 국정농락 사태가 역설적으로 ‘박정희 패러다임’ 해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권위주의적 산업화, 비대해진 행정부 권력에 따른 의회 견제 약화로 이어져 온 한국 정치ㆍ경제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송석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없는 관료 세력이 통치하는 시스템은 헌법 개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국회 통제 방법으로 이용하는 사정권력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는 ▦대기업과 국가권력의 동맹을 철폐하고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산업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적으로 적절히 조절된 시장경제’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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