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54)씨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 전 비서관은 3일 자신의 처지에 대해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서 손목 잘린 이병헌과 저를 오버랩 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CBS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청와대 측이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과 연관된 당사자가 정치라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비난한 데 대해 이 같이 반박했다. 그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라는 사람을 강간범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매몰시켜 버린다”며 “그 쪽(청와대)의 대응 기조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같은 패턴인 것 같다”며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영화 속 이병헌은 안상구 역을 맡아 권력을 쫓다 이용만 당하고 손목이 잘린 채 도피 생활을 하는 조직폭력배를 연기했다. 조 전 비서관의 말은 자신도 권력을 위해 일하다 용도폐기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파동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조 전 비서관은 ‘토사구팽 같은 느낌을 받았나’라는 질문에서 다시 “저 나름대로 손모가지가 잘린 이병헌…”이라면서 “그쪽의 대응기조는 그런 식이어서 특별히 새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이용해 호가호위 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박 회장을 지키는 워치견(경비견)이 아니었고 케어(보호)해주는 입장이었다”면서 “박 회장 스스로가 이권이나 민원에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때 다 겪어보지 않았겠나”라고 반박했다. 박 회장과 지금도 연락하느냐는 질문에 조 전 비서관은 “가게에도 가끔 오시고 연락, 문자도 주시고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추천을 해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사람”이라며 “박 회장이 수사를 받으며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어 ‘대통령에 대한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라는 물음에 “청와대를 향해 무슨 얘기를 하려 입당한 게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비선실세라는 것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거듭되자 “(비선 실세가) 있다면 나중에 밝혀질 것이고, 없다면 그냥 나중에 없는 것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답변을 피했으나, 적극 부인하진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총선 출마와 관련, “당과 구체적으로 출마를 전제로 얘기한 것은 없다”면서도 “당에서 요청을 하면 그 판단을 따르겠다”고 출마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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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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