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4일 서울 도심에서는 올해 최대 규모(주최측 주장)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탄핵각하”(태극기집회)와 “박근혜없는봄”(촛불집회)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한 양측의 외침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울려 퍼진 가운데서도 이날 집회는 별다른 충돌이나 부상 없이 마무리됐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6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를 주제로 ‘제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탄핵정국 막바지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헌재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주최측은 “전국적으로 100만이 넘는 시민이 집회에 참가하면서 누적인원 1,500만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촛불집회는 지난해 10월 29일 2만명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모이면서 시작됐다.
무대에 오른 안지중 퇴진행동 상황실장은 “정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국민들의 마음을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선고 전후 광화문으로 모여달라. 국민이 승리하는 그날, 함께하자”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대학생 최시영(23ㆍ여)씨는 “태극기집회가 500만 참가자를 주장하고 있는데, 여전히 민심은 ‘탄핵찬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7시 30분부터 청와대, 삼청동 총리 관저, 헌법재판소 방면으로 나누어 행진하면서 “촛불은 승리한다” “박근혜 가야 봄이 온다” 등을 외쳤다.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 故 황유미씨의 10주기를 맞아 방진복 행렬이 청운동길 선두에 자리했다. 행진을 마친 뒤에는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풍물패의 공연을 즐기면서 집회는 마무리됐다.
세계여성의날(8일)을 앞둔 주말인 만큼 페미니즘 관련 사전행사도 곳곳에서 열렸다. 강남역10번출구, 페미당당 등이 연대한 범페미네트워크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를 개최했다. 행사는 충돌이나 사고를 막고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안에서 진행됐으며 약 350명(주최측 추산)이 여성주의를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을 들고 참석했다.
30여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비슷한 시각 보신각 앞에서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라는 이름의 문화제를 열었다. “누구나 동등하게 존엄을 누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선 성평등 관점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최측 발언에 이어 낙태죄 폐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 금지법 제정 등 여성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2시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6차 태극기집회’를 열어 탄핵반대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막말’ 논란이 일었던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은 재판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면서 탄핵기각이 아닌 ‘탄핵각하’를 주장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또 “탄핵을 진행한 세력에 대한 법의 응징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무대에 올라 “특검이 7일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여러분이 막아달라“면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주 집회(11일)가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집회에) 와달라. 한 사람의 손이라도 잡고 함께 나오라”고 독려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 30분부터 을지로입구, 명동역, 한국은행 로터리를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이어진 2부 집회는 8시 30분쯤 마무리됐다. 주최측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1,000여대의 버스를 동원했다. 지난 3ㆍ1절에 이어 이번 주에도 500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199개 중대 1만5,900여명 경력을 배치해 양측 충돌 방지에 주력한 가운데, 집회는 연행자나 부상자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세종대로 주변에는 양측 참가자가 섞이는 것을 막고자 차벽이 설치됐다.
글·사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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