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45년 뒤 외계 별 신호가 정말 지구에 닿을까
알림

45년 뒤 외계 별 신호가 정말 지구에 닿을까

입력
2017.03.15 16:08
0 0

45년 뒤 인류는 정말 외계 별에서 보내온 신호를 받을 수 있을까. 천재 과학자와 세계적 정보통신(IT) 개발자, 갑부 기업가가 도전하는 이 꿈 같은 발상에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집단지성이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미국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러시아 부호 유리 밀너가 지난해 4월 제안해 화제를 모은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에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하버드대, 위스콘신 매디슨대 공동연구진이 아이디어를 보탰다.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의 설계 방안을 담은 논문을 ‘천체물리학저널’ 1일자에 발표했다. 저자인 티엠 황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스타샷 프로젝트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샷은 1g짜리 초소형 우주선을 수천대 만들어 항법ㆍ통신 장비와 카메라를 싣고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 보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로켓에 실려 날아간 우주선이 돛을 펼친 다음 지구에서 쏜 레이저를 받아 가속된다는 상상이다. 호킹은 우주선 속도를 광속의 약 20%인 시속 1억6,000만㎞까지 올리면 알파 센타우리에 20년 만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선 개발까지 20년, 우주선이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한 뒤 보낸 전파가 지구에 도달하는데 4.37년이 걸릴 거라니 인류가 그 전파를 확인하려면 적어도 45년은 기다려야 한다.

무게 1g짜리 초소형 우주선에 돛을 달아 지구에서 쏜 레이저로 가속시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별로 보낸다는 스타샷 프로젝트의 상상도. (출처: 스타샷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무게 1g짜리 초소형 우주선에 돛을 달아 지구에서 쏜 레이저로 가속시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별로 보낸다는 스타샷 프로젝트의 상상도. (출처: 스타샷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상상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우주공간이 완벽한 진공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곳곳에 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m)만한 먼지와 더 작은 가스 알갱이가 떠다닌다. 우주선이 작고 빠를수록 이런 알갱이들이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연구진 계산에 따르면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는 동안 우주선이 만날 가스 알갱이는 대략 100경개. 먼지도 10만개가량 맞닥뜨린다. 우주선에 이들이 부딪히면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가 표면온도를 100도 가까이 끌어올려 충돌 부위가 녹아 움푹 파이게 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가스 알갱이는 우주선 표면을 최대 지름 4㎜, 깊이 1㎜만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머리카락 굵기(15㎛)만한 먼지와 충돌하면 우주선은 파괴되고 만다.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연구진은 우주선을 바늘처럼 가늘고 길게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앞부분 면적을 줄이면 우주 알갱이들과 부딪힐 확률이 줄어들 테니 말이다. 우주선이 충분히 가속되고 돛이 떨어진 뒤 이런 형태를 유지한 채 날아가는 게 안전할 거라는 관측이다. 연구진은 또 가볍고 녹는점이 높은 신소재(그래핀)를 우주선 앞면에 0.1~1㎜ 두께로 덧대는 방법도 고안했다. 부딪혔을 때 차폐막만 손상되거나 알갱이가 부서져 충격이 줄어들도록 말이다.

고속으로 날아가는 초소형 우주선이 먼지 입자와 부딪혔을 때 예상되는 표면 현상. 충돌 지점이 가열돼 표면 일부가 녹아 마치 분화구(크레이터) 같은 구덩이가 생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고속으로 날아가는 초소형 우주선이 먼지 입자와 부딪혔을 때 예상되는 표면 현상. 충돌 지점이 가열돼 표면 일부가 녹아 마치 분화구(크레이터) 같은 구덩이가 생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 알갱이들과의 충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구진이 제안한 우주선 설계 방법. 진행 방향의 단면적을 줄이기 위해 가늘고 길게 만든 다음, 앞면에 첨단 신소재(그래핀)로 1㎜, 0.1㎜ 두께의 2중 차폐막을 붙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 알갱이들과의 충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구진이 제안한 우주선 설계 방법. 진행 방향의 단면적을 줄이기 위해 가늘고 길게 만든 다음, 앞면에 첨단 신소재(그래핀)로 1㎜, 0.1㎜ 두께의 2중 차폐막을 붙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스타샷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 있다. 초소형 카메라와 통신장비가 극한 환경에서 45년 넘게 작동할지, 레이저가 지구 대기권 밖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알파 센타우리 근처에서 우주선 속도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답도 집단지성의 몫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