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간식’ 항목을 찾아보면, “끼니와 끼니 사이에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이라고 뜻풀이되어 있고, ‘곁두리’ ‘군음식’ ‘새참’으로 순화하라는 말이 덧붙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순화어로 제시된 낱말들이 ‘간식’을 대체할 수 있는 낱말이냐는 것이다. 대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건 ‘곁두리’ ‘군음식’ ‘새참’ 등에 대한 사전의 뜻풀이만 봐도 알 수 있다.
곁두리: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
군음식: 끼니 이외에 더 먹는 음식.
새참: 일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먹는 음식.
‘곁두리’와 ‘새참’은 ‘끼니 외에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간식’과 유사하지만, ‘농사꾼이나 일꾼’ 또는 ‘일을 하는 중간’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 간식”이란 말은 자연스러워도 “아이들 새참”이란 말은 도무지 어색한 것이다.
‘군음식’도 ‘끼니 외에 먹는 음식’인 것은 ‘간식’과 같지만, ‘군-’(쓸데없는, 덧붙은)이라는 접두사에서 비롯하는 말맛은 ‘간식’과 거리감이 있다. 아무래도 ‘군것질’과 직접 연결되는 ‘군음식’은 ‘간식’보다는 ‘주전부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양 만점 간식”이란 말은 쓸 수 있어도 “영양 만점 군음식”이란 말을 쓰기는 어렵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런 사용 경향을 반영하여 ‘군음식’을 “떡이나 과자, 과일 따위의 끼니 외에 먹는 음식”으로 풀이하였다.
‘간식’은 이미 그것만의 사용 영역이 분명한 낱말로 자리 잡았고, ‘새참’ ‘곁두리’ ‘군음식’ 등도 그렇다. 개념상 유사하니 한자어보다는 고유어를 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권고에 난감해 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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