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67% 이상 땐 단독정부 구성
수치 여사 “여러분은 결과 알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철의 난초’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9일 “8일 실시된 총선에서 NLD가 의석의 70% 이상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 개표가 완료된 50석 중 하원 45석을 포함한 48석을 NLD가, 2석을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차지했다고 밝혀, 개표 초반 NLD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LD 대변인은 자체 조사결과 전국 14개 주 전체에서 NLD가 50~80%의 지지율을 얻고, 특히 NLD 지지세가 강한 중부 지방에서는 지지율이 약 80%에 이르렀으며,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지지율이 50~70%라고 설명했다. USDP의 흐테이 우 대표도 이날 미얀마 언론 DVB에 “우리가 이긴 것보다 진 비율이 크다”고 말하며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미얀마 군부는 스스로 만든 헌법 규정에 따라 선거와 상관없이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게 된다. 따라서 NLD가 의회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려면 총선 득표율이 최소 67% 이상이 돼야 한다. NLD의 발표대로라면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군부에 할당된 의석 수에 상관없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이는 1962년 3월 네 윈 육군총사령관의 쿠데타 이후 53년 만에 민간 정부의 탄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990년 실시된 선거에서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이 압승하자 군부는 선거를 무효화한 전력이 있다.
물론 군부는 선거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군 최고 사령관으로 군부 최고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은 8일 투표한 뒤 기자들에게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정당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며 “선거 결과는 국민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악의 상황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개방정책을 시작한 미얀마 상황을 감안할 때 군부가 1990년과 같은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치 여사는 이날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당사 발코니에 나와 모여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후보들을 축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모두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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