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특정 깃발 집착 대표사례 꼽아
미국을 휩쓰는 ‘남부연합기’축출 운동의 불길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 사용 금지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남부연합기’처럼 일부 집단이 과거에 대한 잘못된 자부심으로 특정 깃발에 집착하는 일이 미국 밖에서도 벌어지고 있는데, 대표 사례가 제국주의 일본이 사용했던 욱일승천기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이 전후(戰後) 나치의 상징이던 스와스티카는 물론이고 다른 상징물까지 완전히 금지시킨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욱일승천기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우선 남부연합기와 마찬가지로 욱일승천기가 군대와 전쟁 깃발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17~19세기 에도(江戶)시대에 처음 사용된 뒤 1870년 일본 제국주의 해군의 상징으로 채택된 이 깃발이 아직도 일본 곳곳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패전한 일제 해군의 뒤를 잇는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계승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 육상자위대도 약간 변형된 형태로 이 깃발을 사용 중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사히 맥주의 캔과 아사히 신문의 사기(社旗)에도 비슷한 문양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설명이다.
이 신문은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이 흘렀는데도 일본 사회 전반에서 이처럼 욱일승천기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 일본과 주변국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스탠포드대 ‘월터 쇼렌스타인 아태 연구센터’의 댄 스나이더 부소장은 “욱일승천기를 용인하는 일본의 행태에 대해 일제 침략을 받은 한국과 중국이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 당국에 의해 욱일승천기 사용이 금지되고, 한국 항구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기항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대전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를 연구해온 사회학자인 아키코 하시모토 역시 남부연합기와 욱일승천기의 유사성에 동의했다. 그는 “패전으로 퇴색된 역사를 영광스럽게 되살리려는 열망이 두 깃발 모두에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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