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장에 도장 찍는 건 당 대표
이한구案 절대로 받을 수 없다”
“이대로 가면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초강수를 뒀다. 이한구 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날 당헌ㆍ당규상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우선추천제와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 경선안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헌에 여성ㆍ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이나 신청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에 한해 예외적으로 경선 없이 공천(우선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원과 일반국민 의사를 3대7로 반영하도록 한 경선 룰도 제한적으로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두 예외조항을 대폭 확대하는 ‘이한구 안’에 대해 김 대표와 비박계는 “기본원칙과 예외조항을 뒤바꿔 전략공천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비공개 시간에 작심한 듯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선거를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공천제의 근간을 흐트러뜨리는 일은 묵과할 수 없다”며 “시정하든지 공관위를 해산시키든지,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이한구 안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또 전날 이 위원장이 최고위의 재의 요구에 공관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언급한 데 대해 “공천장에 도장 찍는 사람은 당 대표”라며 “국민공천제를 흔든다면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김 대표는 이한구 안을 지지한 당의 중진 정갑윤 국회부의장을 향해서는 “말은 전략공천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거 전략공천 하자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틀 전인 15일에도 간접적인 경로로 이 위원장에게 “왜 마음대로 룰을 바꾸려 드느냐. 그럴 거면 그만 두라”고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공천 줄 테니 당에 들어오라는 인재영입이 과연 민주적인 절차냐”며 “보통 정당들이 물갈이를 한다면서 물은 안 갈고 고기만 갈아왔지만, 우리 당은 시스템인 물을 바꾼 혁명적인 물갈이를 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비박계는 이날 공관위의 발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이한구 안대로 전략공천을 하면 현역 의원이나 예비후보의 반발과 탈당, 무소속 출마 러시를 막지 못해 결국 ‘필패공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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