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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ㆍ르펜, 결선 전 마지막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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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ㆍ르펜, 결선 전 마지막 난타전

입력
2017.05.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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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결선투표(7일)를 나흘 앞두고 두 후보가 마지막 토론을 마쳤다. 유럽연합(EU) 잔류 여부, 경제 부흥책, 외교 노선 등 다른 꼴 투성이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전진) 후보와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는 작심한 듯 독설을 쏟아내며 혈전을 벌였다.

마크롱 후보는 3일(현지시간) 공영 프랑스2 채널 등으로 생중계된 토론에서 경쟁자인 르펜 후보를 ‘거짓말의 사도’라며 맹비난했다. 마크롱 후보는 르펜 후보의 반(反)이민 레토릭 일색인 일자리ㆍ대테러 정책을 집중 공략해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장마리 르펜 전 FN 대표)가 수십년 간 그랬듯 거짓말과 조작으로 만들어졌다”며 “프랑스는 당신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공격했다.

르펜 후보도 토론 초반부터 상대방을 ‘엘리트 세계화주의자’로 포장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마크롱 후보를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후계자로 지목한 후 마크롱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지자 즉시 “거만하고 버릇 없는, 냉혈한 은행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한 마크롱이 이민자들을 끌어들여 실업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당신의 프랑스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싸움을 벌이는 ‘트레이딩룸’(거래소)”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자신의 경제 정책이 비판 받는 대목에서는 “선생님과 학생 놀이를 하려는 것 같은데 나는 관심 없다”며 고교 시절 교사와 결혼한 마크롱을 비아냥대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약 2시간30분에 걸친 토론에서 두 후보의 치열한 심리전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40년간 이어온 전통에 따라 경쟁 후보가 테이블 양쪽에 앉아 마주보는 구도로 꾸며진 토론장에서 두 후보는 거의 매순간 상대방을 직시하며 설전을 펼쳤다. 마크롱보다 9살이 많고 대권 도전 재수생인 르펜은 마크롱의 발언 차례에서 종종 가소롭다는 조소를 보내며 도발했다. 마크롱도 이에 질세라 르펜이 말할 때 턱에 손을 괴는 등 제스처를 취하며 한심하다는 듯 대응했다. 정책이 실종된 ‘네거티브’전 끝에 “제5공화국 사상 최악의 토론”(BFMTV) ”역대 어느 선거보다 가장 많은 독설이 쏟아진 순간”(영국 가디언)이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보기 안타까운 비방전이었지만 마크롱 후보가 토론의 승자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마크롱은 자신의 주 종목인 경제 분야에서 르펜의 허점을 포착해 궁지로 몰았다. 르펜 후보가 유로존 탈퇴 및 프랑화 복귀를 주장하며 기업ㆍ은행에 화폐 선택 자율권을 주겠다고 말한 것이 패착이었다. 마크롱 후보는 이에 “대기업이 어떻게 유로화로 (거래대금을) 지불하면서 직원들에게는 또다른 화폐로 (급여를) 주겠냐“고 허황된 정책이라 지적했다.

시청자들도 마크롱 후보가 비교적 설득력 있는 토론을 펼쳤다고 평했다. 토론 종료 직후 여론조사기관 엘라베와 BFMTV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누가 더 설득력이 있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가 마크롱을 꼽았다. 반면 르펜을 택한 응답자는 34%에 그쳤다.

두 후보의 막판 설전이 18%에 달하는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주력 후보 중 유일하게 ‘마크롱도 르펜도 안된다’는 양비론을 펼친 극좌 장뤽 멜랑숑 후보의 지지층도 투표 기권율을 높일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후보가 59~60%의 지지율로 르펜 후보를 20%포인트 안팎 격차로 앞서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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