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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경제위기론 과장… 불안감 키워 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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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경제위기론 과장… 불안감 키워 독 된다"

입력
2014.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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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은 "경제 완만한 둔화·개선" '위축 상황' 진단 4명보다 많아

부동산 띄우려다 가계 부채 악화, 사이클 침체 벗어날 구조 개선 주문

정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경제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진단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금의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면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될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ㆍ22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 “(한국 경제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고 경제 성장의 엔진이 꺼져 가고 있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ㆍ21일 최고위원회의) 등.

전문가들은 엄중한 경제 상황 인식이야 나쁠 게 없지만 현 상황을 과장하거나 과격한 표현을 남발해 불안감을 키우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원인이 구조에 있는 만큼 단기 경기 변화에 일희일비하며 보여주기 식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인식 다소 과장됐다”

24일 한국일보가 거시 경제 분야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경기 상황을 ‘완만한 둔화’ 또는 ‘완만한 개선’이라고 답한 전문가(5명)가 ‘위축’이라고 답한 전문가(4명)보다 많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그 이면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미국식) 양적완화가 필요한 정도의 비정상적 상황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유종일 한국경제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둔화라기 보다는 기대한 만큼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고,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자칫 위축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은 둔화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소프트패치에 들어갔고 자칫하면 더블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경기 침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등의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경기는 세월호 침몰 참사의 영향을 직접 받았던 2분기보다는 나아질 것(8명)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심각한 경제 위기’라는 당정의 표현에 대해선 ‘과장됐다’는 평가가 절반에 달했다. 유종일 교수는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지금 와서 갑자기 한계상황에 부딪혔다고 말하는 건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고 했고,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정확한 대안 제시 없이 자꾸 경제 위기라는 말을 반복하는 건 투자나 소비심리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교수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급작스런 변동을 의미하는 ‘경제 위기’라는 표현보다는 ‘경기침체 고착화’가 정확하다”고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충남 천안시 남동구 사직동 남산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충남 천안시 남동구 사직동 남산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거품 확대 우려”

전문가들은 강경 발언의 배경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위기를 강조해야 새 경제팀의 경제성적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야당 등이 반발하는) 규제완화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나쁜 경제 상황을 강조하다 보면 보여주기 식 경기부양책에 매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경제팀은 경제를 한번에 확 살릴 수 있는 매직(마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것이다. 결국 이런 경기부양책은 거품 조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유종일 교수는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띄우려고 하면 가계부채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많다”고 했고,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로 부동산 버블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단과 처방이 일치해야”

최 부총리는 위기론에 대해 “잠시 주춤거리는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다”(새누리당 연찬회)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단과 처방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우찬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면 구조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며 “위기 의식을 부추겨서 경제 활성화에 모든 정책을 집중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구조적 처방 중 유일한 것이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김상조 교수 역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경기 사이클 상 침체를 벗어나려는 것이라면 지금의 단기 부양책 처방이 맞겠지만 구조적인 문제라면 장단기를 아우르는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며 “당정이 모두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문하는 것은 ▦장단기 세수 확보를 위한 증세(김상조 교수) ▦신(新) 산업 발굴(이필상 교수) ▦기업 투자 부진 해소(조동근 교수) ▦출산율 제고 및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김우찬 교수)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전성인 교수) 등.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인구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하면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면서 “규제완화나 투자 촉진 보다는 구조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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