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 수사를 두고 말레이시아와 북한 정부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가 결국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단교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마드 부총리는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에 있어 전문성을 보였지만 북한의 주장은 이에 걸맞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는 범죄자를 숨겨주는 나라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북한과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말레이시아 정부 인사가 ‘대북 관계 재검토’를 공언한 것은 지난 13일 사건 이후 처음으로,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측이 잇따라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에 대해 무관용 자세를 취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관계 재검토는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 파기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외교관계 단절까지 시사하는 강경 발언이다.
말레이 정부 고위 관료들도 북한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은 이날 “북한이 계속 망상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수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은 아직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한편 이날 시신 부검 약 9일만에 부검 샘플에서 화학무기급의 맹독성 신경가스 ‘VX’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VX는 유엔 화학무기협약(CWC)에 따라 100g 이상 생산ㆍ비축이 금지된 물질이어서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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