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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줄 알았는데 2등이라니” 로잔 발레콩쿠르 최연소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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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줄 알았는데 2등이라니” 로잔 발레콩쿠르 최연소 입상

입력
2018.02.19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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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때 발레 시작한 박한나양

성실함으로 신체적 약점도 극복

2000년대 태생의 예술 영재들이 유행처럼 홈스쿨링으로 중고교 졸업자격을 따는데 반해, 박한나는 로잔 콩쿠르 우승 후에도 선화예고에 입학해 ‘평범한 학생’이 될 생각이다. 배우한 기자
2000년대 태생의 예술 영재들이 유행처럼 홈스쿨링으로 중고교 졸업자격을 따는데 반해, 박한나는 로잔 콩쿠르 우승 후에도 선화예고에 입학해 ‘평범한 학생’이 될 생각이다. 배우한 기자

“기뻤어요.”

이렇게 담담한 대답이라니. 지난 4일 끝난 제 46회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발레 영재 박한나(15)양의 ‘역대 최연소 수상’ 소감이다. 바르나, 잭슨, 모스크바, 파리 콩쿠르와 함께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히는 로잔 콩쿠르는 유일하게 15~18세만 참가할 수 있어 발레 학생들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올해 참가 연령을 14세로 낮췄지만, 수상권에 든 무용수 중 박양이 최연소다. 1985년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2007년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 제1 무용수가 1위를 차지한 적 있지만 이때 나이는 각각 18세, 16세였다.

최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박한나양은 차분하게 “좋았어요”를 외치며 사진 촬영을 위해 토슈즈를 갈아 신었다. 오전 인터뷰 전 이미 홀로 하루치 연습을 끝낸 후였다.

내성적인 딸을 대신해 어머니 양정수씨가 거든다. “수상자를 8위부터 발표하는데 5위까지 제 이름이 안 불려서 ‘이번에는 떨어졌나 보나’ 생각했는데, 2위에 호명돼서 놀랐데요.” 해외 콩쿠르에서 한번도 빈손으로 돌아온 적 없던 딸이었다.

6세 때 유치원에서 발레를 배운 후 박한나양은 자연스럽게 발레리나로 자랐다. 초등 2학년 때 잠깐 ‘발레 말고 다른 길도 생각해보라’는 아버지의 우려가 있었지만, 전국 발레 콩쿠르를 휩쓸고 걱정은 쑥 들어갔다. 슬럼프가 단 한번도 없었을 만큼 지치지 않고 발레가 좋은 이유로 박양은 “춤출 때 잡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발레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몸이 예뻐지는 건 덤이고요.”

선화예중 1,2학년 시절 박한나양을 지도했던 김은지 교사는 “1등하기 합당할 만큼 충분히 최선을 다 하는 성실의 아이콘”이라고 평했다. “친구나 경쟁자 의식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것만 하는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선화예중에 처음 입학했을 때 지금 체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아치형 발등은 타고 났지만 입학 당시만 해도 무릎은 커 무용수에게 치명적이었다. 곧은 다리와 작은 무릎을 연습으로 만들었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제 46회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최연소 입상한 박한나. 배우한 기자
제 46회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최연소 입상한 박한나. 배우한 기자

선화예중에 입학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게 된 2015년부터 해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발렌티노 코즐로바 유스 콩쿠르 1등을 시작으로 이듬해 베를린 탄츠콩쿠르 프로 부문 2등, 지난해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AGP) 1등을 차지했다. YAGP의 특전 중 하나가 “비디오 예선 없이 곧바로 로잔 콩쿠르 준결선에 설 수 있다는 점”이었고 박양은 “한두 해 있다가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올해” 도전했다. “다른 콩쿠르와는 분위기가 달라요. 참가작 평가 외에 일주일간 합숙하면서 기본기를 배우고 이때 태도가 심사에 반영돼요. 세계적인 무용수들께 배우는 기회인데, 또래끼리 경쟁도 심하죠.”

로잔 콩쿠르의 수상 특전은 원하는 등수 순서대로 원하는 학교로 유학을 갈 수 있다는 점. 박양은 올해 가을 영국 로열발레학교를 입학할 예정이다. 콩쿠르를 지켜 본 발레학교 관계자가 제안했다. 지난해 가을, 한국인 최초로 로열발레단에 입단한 전준혁 역시 이 학교를 거쳤다. 꿈꾸던 학교였냐는 질문에 박양이 수줍게 말했다. “로열발레단의 나탈리아 오시포바를 제일 좋아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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