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특히 자녀를 본인 소유물로 착각
"계백장군 등 가족 살해 미화도 개선 필요"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 등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발생한 살인사건의 5%가 가족살해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가족살해 범죄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2,3배가량 더 높다. 왜 이처럼 가족살해 범죄가 증가하는 걸까.
경제적 문제가 커다란 이유이지만 가족, 특히 자식과의 개별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음드림의원 원장)는 “가족자살, 특히 동반자살을 기도하는 이들은 자녀를 살해하는 것에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들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 자신의 연장이라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죽으면 자녀 또한 살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가족살해는 충동적 범죄가 아닌 계획범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원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극도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자살을 결정하게 되면 자기 혼자 이승을 떠나는 것을 극복할 수 없어 죽음의 순간에 가족을 선택한다”고 했다. 저승길의 길동무로 가장 가까운 가족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족 살인을 미화하는 전 근대적인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정 원장은 “계백장군이 가족을 죽이고 전쟁터에 나간 것은 사사로운 감정을 남기지 않겠다는 상징적 의미일 뿐인데도, 마치 가장이 잘못되면 가족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남아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하나가 아닌 다른 삶의 주체라는 것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