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어렵다. 국내 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고, 이웃나라 중국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선진국 시장에 더 이상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수출을 비롯한 대외경제협력으로 먹고 사는 국가라는 점이다. 결국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과의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한국의 인프라 개선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분야 진출은 아직 초보 단계다. 연간 5조 달러로 추산되는 국제조달시장에서 우리의 수주액은 2013년의 1억3,300만 달러로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최근 포스트 2015시대의 지속가능개발(SDG) 패러다임이 구축되고, 개도국의 경제성장과 이를 견인할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글로벌 조달시장에서 다자금융기구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 침체 및 선진국 재정위기의 대응책으로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자개발은행(MDB)의 차관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MDB와의 파트너십 구축은 우리에게 다음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첫째, 투자사업이든 조달사업이든 MDB가 지원하는 사업은 사업의 타당성이 뛰어난 우량 사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 MDB 조달시장은 명목상으로는 전체 세계시장의 2% 수준이나 타 금융기관과의 협조융자 사업을 이끄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장규모는 15% 이상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더 큰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각 MDB는 개도국의 개발수요에 입각한 최신 정보를 체계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고 각국의 정책입안자 및 개발실무자와의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타 조달사업 참여뿐만 아니라 장기적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에 매우 이상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마침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 5대 MDB중의 하나인 미주개발은행(IDB)과 미주투자공사(IIC)의 2015년도 연차총회가 개최된다. 1959년에 설립된 IDB는 연간 차관공여액이 120억 달러에 이르는 중남미 지역 최대의 개발금융기구로서 역내 회원국의 경제발전과 사회개발 및 경제통합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중남미 관련 역대 최대 행사로, 48개 회원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기업인, 금융인, 언론인 등 약 3,000여명이 참석해 IDB의 장단기적 정책방향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중남미 비즈니스 서밋, 한국-중남미 지식공유포럼, 유스포럼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남미 지역 간의 경제 협력과 상호 이해가 한 단계 발전되고,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2011년 HLF-4 세계원조총회 이후 국제경제 무대에서 한국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회를 실익으로 만드는 건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첫째, 민ㆍ관ㆍ학 할 것 없이 우선 IDB 연차총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자. 2015년 3월 부산에서는 개발 전 분야에 걸친 논의의 장이 펼쳐지므로 관심있는 주제를 다루는 부대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양 지역 간 경험을 나누는 지식공유 포럼은 IDB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되는 행사다. 그만큼 IDB가 한국의 개발경험을 높이 산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것을 나누고 상대방의 경험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은 이번 연차총회를 중남미 지역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남미 지역은 인구 6억명, 국내총생산(GDP) 6조 달러,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미개척 전략시장이며 대부분 민주주의 체제하의 중소득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역의 최근 5년간 GDP성장률은 4.8%로, 세계 평균인 4.2%보다 높다. 특히 중산층 인구가 1억3,000만명으로 늘어 기초 구매력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가 잘 통하지 않으니 해당 언어습득은 물론이며, 라틴문화에 대한 이해를 동반한 진출 플랜을 세심히 세울 필요가 있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학연구원장ㆍ국제대학원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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