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에서 득표율(56.6%) 1위에 올라 새 대표로 선출됐다. 대선 패배 6개월 만에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바른정당 구원투수를 맡아 본격적 리더십 검증무대에 올라선 셈이다. 올해 1월 33명 의석을 지닌 원내 4당으로 출발한 바른정당은 두 차례나 탈당 사태를 겪으며 11석의 비교섭단체 정당으로 추락했다. 유 신임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가짜 보수당이 아니라 진짜 보수당의 대표를 뽑아 주셨다”며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몸집을 키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잔류파의 추가 탈당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유 대표 앞에 놓인 개혁보수의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이날 한국당은 최근 복당한 의원들도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여권의 적폐청산에 맞서 보수통합에 더욱 매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새 지도부에 다음달 중순까지 중도ㆍ보수 통합 추진이라는 과제를 안긴 상태다. 유 대표 입장에선 이때까지 당내 결속과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중도ㆍ보수 통합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유 대표도 이런 어려운 처지를 의식한 듯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똘똘 뭉쳐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자”고 호소했다.
물론 바른정당이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수개월 전부터 논의돼 온 국민의당과의 통합 및 정책연대는 새 활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유 대표가 한국당의 수구보수와 차별화하면서 건전한 비판세력이자 정책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중도ㆍ보수의 틀을 만들어 낸다면 국민의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것은 내년 지방선거 선전을 위해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중도ㆍ보수 통합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의 뜻에 따르는 명분 있는 통합과 연대여야만 의미 있는 지지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려면 깨끗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공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좌우 균형의 상실은 극좌와 극우 노선의 부활을 부를 수 있다. 보수가 건강해야 진보도 건강하고 한국정치 전반이 건강해지는 법이다. 다수의 국민이 건전하고 합리적인 개혁보수 정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유 대표의 다짐처럼 바른정당이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꿋꿋이 개혁보수의 길을 지켜가길 바란다. 뜻이 올바르면 국민 지지는 자연히 따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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