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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악플의 굴레, 끊어낼 방법은 없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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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악플의 굴레, 끊어낼 방법은 없나 ②

입력
2019.11.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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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 대한 피해자들의 심적 고통 호소에도 가해를 멈추지 않는 악플러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연합뉴스 제공
악플에 대한 피해자들의 심적 고통 호소에도 가해를 멈추지 않는 악플러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연합뉴스 제공

“댓글의 익명성과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지속적으로 악플을 달게 했던 원인이었어요.”

과거 포털 사이트 및 커뮤니티 등의 댓글 서비스를 통해 직접 악플을 남겨 본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시청자의 일원으로서 의견 표현 차 시작했던 댓글 남기기가 악플로 변질됐던 것은 한 순간이었다”며 “하지만 이를 스스로 깨닫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악플을 자각하고 나서도 이를 지속했던 이유로 ‘댓글의 익명성’과 이로 인한 ‘안일함’을 꼽았다. 또 일부 최근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선포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극히 소수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 역시 악플러들이 법적 대응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활개 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많은 스타들이 악플러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지만 악플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MBC 캡처
많은 스타들이 악플러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지만 악플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MBC 캡처

실제로 최근 악플러들의 도를 넘는 악성 댓글과 명예 훼손, 루머 유포 등이 활개를 치며 각 소속사들은 법적 대응을 통한 ‘아티스트 지키기’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이 ‘선처나 합의는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실제로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을 완료했다는 소식도 간간히 전해지고 있지만 어째 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느낌이다. 마치 보란 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악플들이 양산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역시 악플러들이 스타들의 지속적인 법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솜방망이 양형기준’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악플러의 경우 고소 시 인터넷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수사가 진행돼 처벌되는데, 이 두 경우 모두 양형 기준이 그리 강력하지 않다”며 “오프라인 상에서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존재하는데, 이 역시 양형 기준은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명예훼손, 예를 들어 악플이나 루머 유포 등의 경우 전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익명성’이라는 그늘 뒤에 숨어 타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분노를 쏟아내는 악플러들의 심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이에 대해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한국의 악플러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살인자’들과 유사한 ‘묻지마 악플러’들이 많다”고 비유했다.

김 소장은 “자신의 분노를 대상과 무관하게 악플로 표출하는 이들이 바로 이런 악플러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할 뿐, 대상의 고통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악플러들의 심리에 대해 설명했다.

고(故) 설리의 비보 이후 우리가 받아 든 숙제는 악플러들의 ‘근절’에 대한 방안 모색이다. 현재 각종 대안들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김 소장은 “한국인들의 분노 수준이 낮아져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법적 대안 마련에 앞서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분노 수준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분노는 주로 좌절의 결과인 만큼, 주요한 사회적 욕구들을 지속적으로 좌절시키는 현대 사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악플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언론의 자성 역시 반드시 필요한 때다. 최근 ‘경쟁식 뉴스 생산’에 열중하고 있는 언론 역시 악플 양산에 대한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 보도를 지양하고, 댓글의 기사화에 있어 무분별한 인용을 삼가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보다 공정하고, 신중한 언론의 시각이 악플 근절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 뜨겁게 찬반 여론을 나누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한 검토와 새로운 부작용 발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지난 2007년 한 차례 도입됐지만 5년 만에 폐지 됐던 바 있는 만큼, 성급한 도입보다는 더 나은 대안에 대한 모색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역시 “제재 수단으로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 자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의 온라인 시대에서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이 같은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입 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또한 제재 역시 과거에 비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반드시 인터넷 실명제가 아니라고 해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이다. 계정 자체를 차명으로 개설해 사용하게 된다면, 인터넷 실명제는 무용지물이 돼 버리듯이 실명제 도입 이후에도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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