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야구팬들에게 올해는 더할 수 없이 반가운 해다.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대거 입성한 덕분에 미국 어느 도시에서나 이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와 류현진(29·LA 다저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 등 기존 진출 선수에 이어 올해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 이대호(34·시애틀 마리너스),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가 새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아예 여행 일정을 이들의 경기 일정에 맞추기도 한다. 15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의 홈 구장인 뉴욕 시티필드에서 만난 문재근(23)씨의 이달 일정표는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 관람 일정으로 빼곡하다. 지난해 7월부터 1년 예정으로 미국 어학 연수 중인 그는 강정호(29)가 소속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뉴욕 메츠가 맞붙는 15~17일(한국시간) 뉴욕 경기를 시작으로 19~22일 박병호가 뛰는 미네소타 트윈즈 홈 경기를 보기 위해 미네소타로 이동하고 23~25일 강정호의 홈 구장인 PNC파크가 위치한 피츠버그를 찾는다.
26~27일 다시 뉴욕으로 넘어와 뉴욕 양키스와 원정 경기에 나서는 박병호를 응원한다. 경기가 없는 28일 하루를 쉰 뒤 29~30일 다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 셀룰러 필드가 있는 시카고로 이동해 박병호를 또 만난다. 연수 생활 마지막인 다음달에도 강정호 경기 일정에 맞춰 피츠버그와 워싱턴을, 박병호 경기 일정에 맞춰 보스턴을 각각 찾을 예정이다.
원래 문씨는 대학 졸업 후 프로야구단에서 일할 생각을 할 만큼 야구광이었다. 그래서 연수 막바지 계획도 급히 바꿨다. 그는 “원래 6,7월에 미국 곳곳을 여행하려고 했으나 한국에서도 좋아했던 강정호와 박병호의 경기 일정만 쫓아다녀도 많은 도시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넥센 팬인 회사원 최수철(46)씨도 가족 여행 계획을 강정호의 뉴욕 원정 경기에 맞춰서 짰다. 최씨는 “때마침 강정호의 경기가 있어 주저 없이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며 웃었다. 원래 기아 타이거즈 팬이었던 그는 자녀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해준 강정호의 세심한 배려에 반해서 3년 전부터 넥센 팬으로 돌아섰다. 그는 “이제 온 가족이 강정호의 열혈팬이 됐다”며 “2014년 목동 야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한 강정호를 만났을 때 ‘응원하러 꼭 미국에 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게 돼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원정 팀 더그아웃 근처에서 이름을 부르는 최씨 가족을 만나 사인을 해주며 환영했다. 강정호는 이날 경기에서 시즌 9호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하며 미국까지 찾아간 열혈 한국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현지 거주 중인 동포들도 이들의 활약을 보며 힘을 얻는다. 뉴욕 인근 뉴저지에 사는 이정석(45)씨는“뉴욕 연고 팀인 양키스와 메츠에 한국 선수가 없지만 이곳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덩달아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한국인 관중을 맞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뉴욕 메츠에 입사해 마케팅을 담당하는 최영헌(29)씨는 “뉴욕 메츠에 한국인 선수가 없는데도 한국인 관중들이 늘고 있어 관련 마케팅 전략을 검토 중”이라며 “17일 피츠버그와 치르는 홈 경기에서 한국 교민 초청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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