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숙원인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출범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미래에셋대우 등 5개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그 중 한국투자증권에는 자체 어음을 발행해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발행어음 사업까지 인가했다.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2011년 정책을 추진한 지 6년만 이다. 하지만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를 흉내라도 내려면 넉넉한 자금 확보가 필수다. 그런 점에서 한투증권에만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한 건 ‘반쪽 출범’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IB는 기업 금융을 주로 하는 금융사다.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주관하고 자문한다. 은행도 있고 기존 증권사나 투신사도 있는데 굳이 초대형 IB가 새삼 필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은행은 엄격한 건전성 요구로 과감한 대형투자가 어렵다. 기존 증권사나 투신사는 자본이 적어 단순한 증권거래 중개업무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 역시 자본이 작아 본격적 기업금융에 나서기 어렵다. 반면 초대형 IB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 채권을 시장에 유통시키기 앞서 전량 인수(언더라이트ㆍunderwrite)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자금을 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증권사들의 증자를 독려한 것도 투자금융의 새 지평을 열어 우리 금융의 차원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면, 글로벌 영업을 펼치며 국내 M&A시장까지 진출한 골드만삭스(자본금 약 100조원)처럼 우리 IB의 ‘금융 수출’도 가능하다는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대우조차도 8조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조속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려면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
초대형 IB의 위험요소도 적지 않다. 당장 국내 금융시스템에 과도적 혼란이 예상된다. 일부 지적처럼 IB의 ‘고위험 투자’는 미국의 반복적 금융위기처럼 단숨에 전체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위험도 있다. 하지만 위험을 핑계로 머뭇거리다간 금융산업 도약은 결코 기약할 수 없다. 초대형 IB 육성에 나선만큼, 한투증권 외 나머지 IB들에도 조속히 발행어음 사업을 허용해 실질 경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규제도 더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 금융기업 도입도 촉진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