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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보 위기와 안보 비용

입력
2017.02.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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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행기 정의’ 현장조사차 케냐를 거쳐 탄자니아에 들러서 북한의 북극성 2호 발사와 김정남 피살 소식을 접했다. 알자리자 방송은 이틀에 걸쳐 두 소식을 각각 외신의 두 번째 톱기사로 뽑았다. 이어 채널을 국내 방송으로 돌렸다. 역시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특검과 헌재 움직임, 그리고 대선 잠룡들의 행보가 주를 이루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어서 그에 대한 우리 정부와 동맹우방국들의 대응에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럼에도 금번 북극성 2호 발사는 신속한 탐지가 힘든 이동식 발사대와 고체 연료를 이용했다. 잠수함발사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을 동시 개발하고 있다는 무거운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속도가 한국은 물론 미국의 기존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탐지 능력보다 빠르다는 평가도 한미 안보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핵무기의 경량화, 소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북한이 이렇게 핵 운반수단을 빠르게 개량해가고 있다. 북한은 그 명분으로 미국의 계속되는 핵 공격 위협과 경제제재를 지목해왔다.

사실 1990년대 들어서부터 매년 1ㆍ4분기 한반도는 ‘정례’ 위기국면에 직면한다.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북한의 동계군사연습 및 미사일 발사 등이 연출하는 상황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정례적 방어훈련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최근 그 내용은 북한 최고지도자 참수를 포함해 공격용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차기 회계년도 연방 예산 확정에 앞서 의회 청문회가 열리는데, 안보정보당국은 북한위협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 또 2010년 이후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재에만 의존하는 압박 일변도를 보여왔다. 이제는 제재가 하나의 정책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선인 것처럼 들린다. 여기에 이번에는 김정남 피살 소식이 겹쳐 한반도 안보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북한이 핵무장에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합리적 시각에서는 냉전 해체 이후 불안해진 안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이 주변 적대 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와 핵무장 옵션 중 앞의 길이 막히자, 핵무장으로 나섰다는 설명이 있다. 또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핵을 최고의 정권안보 유지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최근 다른 설명은 지속적 핵개발로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북한 관료집단들의 이해를 부각시키는 시각이다. 이들 세 시각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이 복합적인 동기를 갖고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복잡한 북한의 핵개발 배경을 감안할 때 북핵 정책도 포괄접근 구도 하에서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에 바탕을 둔 제재 일변도의 접근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다. 대북정책=북핵정책으로 보고 단선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제재를 중단하고 대화로 180도 전환하거나, 북핵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요컨대 북한의 핵개발은 국가안보, 정권안보, 집단이익이 결부되어 있으므로 그 대책도 다양한 접근을 조화시켜 스마트 하게 전개할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북핵문제가 야기한 안보 위기가 깊어가는데 남한의 대응이 과도 정국으로 인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이어지고, 제로에 가까운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관리능력이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반도 전쟁위협 방지와 남북 공영을 목표로 한 대북정책 방향 수립을 위한 건설적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가르기 식 논쟁을 지양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수요건이다. 탄핵국면에서 놓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과도 정국의 시간과 안보 비용 사이에는 유감스럽게도 비례관계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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