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12.04 20:00

유방암 수술 동시에 재건술 해도 암 재발 확률 높아지지 않아

‘유방암 수술 3만례’ 달성한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등록 : 2017.12.04 20:00

유방암 수술 3만건 수행

5년 생존율은 92% 달해

부분 절제 및 동시 복원술로

10명 중 8명이 여성성 보존

‘수술 잘하는 병원’하면 단연 서울아산병원이 꼽힌다. 우리나라 암 수술 중 10% 이상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루어진다.그만큼 가장 많은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가 최근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유방암 수술 3만례를 달성했다. 그 중심에 안세현(60) 유방외과 교수가 있다.

안 교수는 2004년 유방암 환자 모임인 ‘핑크리본회’ 설립을 주도하고, 유방암과 유방건강 국민캠페인에도 노력하고 있다. 매월 환자들과 찜질방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다. 한국 여성의 개인별 유방암 발생률 예측도구도 개발했다. 유방암 치료가 그의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방암 수술 최고 권위자’ 안 교수는 2시간 가량 걸리는 유방암 수술을 올해에만 2,500여건 집도했다. 올해 신규 유방암 환자 2만명 가운데 12% 넘는 환자가 그에게 수술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3층 수술실에서 만난 안 교수는 “유방암 5년 생존율이 92%나 될 정도로 치료가 잘 되고 있다”면서도 “일부 환자들이 민간요법에 의존해 제대로 된 치료를 거부해 안타깝다”고 했다.

-국내 최초로 유방암 수술 3만례를 달성했는데.

“수술은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컨대 수술 전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유방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한 자리에 모여 진단과 치료법을 논의한다. 수술할 때는 유방외과 성형외과 등 집도의뿐만 아니라 마취과 의료진과도 협업이 필수다. 수술 후에도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더해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합심해 치료가 성공을 거두도록 돕는다. 이런 유기적인 협력시스템이 바탕이 돼야 치료가 성공할 수 있고 그만큼 많은 환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유방암 치료를 최근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유방암 치료는 수술이 필수적이다. 유방암 수술은 크게 암이 있는 쪽의 유방을 전부 잘라내는 유방전(全)절제술과 암 덩어리와 주위 조직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부분절제술)로 나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부분 유방을 모두 잘라냈지만 요즘은 70% 이상은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고 있다. 2014년에 57.8%의 환자가 0기나 1기 조기 유방암 환자일 정도로 조기 발견이 많아져 그렇지만 선행 항암ㆍ선행 항호르몬 치료로 암 크기를 줄여 수술로 제거하는 범위를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유방 복원수술이 늘었다는 점이다. 1995년에는 전체 수술 환자 가운데 10.3%만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을 받았지만, 이젠 70% 이상의 환자가 유방보존술을 받는다. 많은 연구결과, 재발이나 생존율 측면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기(病期)가 많이 진행된 경우나 암이 여러 개 있는 다발성 유방암이나 암이 피부를 침범한 경우 등 반드시 유방 전체를 잘라내야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한다.”

-유방을 모두 잘라내야 하는 환자는 어떤 방법이 있나.

“유방을 모두 잘라내는 전(全)절제술을 받을 때에도 동시복원술을 받는 비율이 늘고 있다. 동시복원술이란 수술과 동시에 유방재건술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일부 환자가 유방암 수술과 유방재건술을 같이 시행하면 재발이 더 잘 될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재발에 차이가 없었다. 우리 유방암센터에서도 동시복원술을 받는 환자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2005년에는 24%였지만 2014년에는 50%로 늘었다. 환자 가운데 10명 가운데 8명은 여성성을 보존하고 있는 셈이다.”

-유방암이 왜 생기나.

“유방암 발병 원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 안 됐다.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라 유방암 위험도를 높이는 몇 가지 위험인자가 있다. 먼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을 들 수 있다. 이른 초경이나 늦은 폐경, 출산하지 않았거나 30세 이후 고령 출산,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다. 폐경 후 여성은 비만도 위험인자다. 폐경 여성의 주된 에스트로겐 공급원은 지방조직이기 때문이다. 유전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력이 있거나 BRCA1이나 BRCA2 같은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정기 검진을 권한다.”

-국내에서는 서구와 달리 유방암이 늘고 있는데.

“서구에서는 유방암 환자가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식습관 등 생활양식 서구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서양에서는 폐경 이후 환자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전에는 50대 미만 유방암 환자가 많았다. 당시 고령층의 식습관 등이 서구화 영향을 비교적 덜 적게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50세 이상 유방암 환자도 늘어 2014년엔 54%나 됐다. 이와 함께 식생활ㆍ체형 변화 등으로 인한 이른 초경, 늦은 폐경 그리고 늦은 결혼과 저출산 등의 사회적 환경 변화로 여성호르몬에 대한 노출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환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암환자는 암 자체의 고통뿐만 아니라 치료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 두려움이 생긴다. 최근 유방암 5년 생존율이 95% 가까운 조기 유방암이 많아 장기 생존 환자가 늘었고, 그만큼 암 생존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가 중요해졌다. 따라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이해, 도움이 환자에게 중요하다. 환자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적절히 일상활동도 하고, 특히 유방암 원인인 비만 관리를 잘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유방암 수술 3만례를 달성한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10대에서 80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95%가까이 수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안세현(오른쪽)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가 유방암 환자에게 유방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유방암 위험인자(미국암학회)

상대위험도위험인자
4.0 이상유전되는 유방암 유전자(BRCA)이상
직계 가족에서 2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
유방암 병력 있는 환자
65세 이상 고령(한국은 호발 연령이 40~50대)
유방조직의 밀도가 높은 경우(유방촬영술에서 치밀유방 소견)
예전 유방 조직검사에서 비정형 증식 소견(정상과 암의 중간 단계)
2.1~4.0직계 가족에서 1명의 유방암 환자
흉부에 고용량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폐경 후 높은 골밀도
1.1~2.0높은 생활수준
13세 이전의 조기 초경
55세 이후의 늦은 폐경
출산력이 없는 경우
첫 출산이 30세 이후
임신 경험이 없는 경우
모유 수유 경험이 없는 경우
폐경 후 비만
지방질ㆍ고칼로리 음식
여성 호르몬 과다 분비에 의한 난소암, 자궁내막암 병력
젊은 나이에 과다한 음주
호르몬대체요법을 장기간 받은 경우
최근 경구 피임약 복용한 경우

<상대위험도>는 특정 위험인자를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높은 지 나타내는 지표다. 상대위험도 4.0은 특정 위험인자가 없는 사람이 유방암에 1만명에 1명 정도 걸리는 반면 특정 위험인자가 있으면 4명의 환자가 생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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