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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 새로운 항로

입력
2017.04.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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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가장 성공적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낮은 보장률’과 ‘후진적 보험료 부과체계’는 우리 건강보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4년 기준 6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0%에 한참 못 미친다. 10가구 중 8가구가 월평균 30만원 이상 비용을 지불하며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프랑스나 독일 등 주요 국가들과 달리 민간의료 보험시장이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됐다. 근본대책 없이는 의료비국민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는 월 보험료 4만8,000원의 송파 3모녀 자살 사건이 계기였다. 현행 체계에서는 송파 3모녀 등 저소득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소득과 무관한 성ㆍ연령과 재산,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평가소득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이에 반해 직장가입자는 보수 외 소득이 있더라도 연 7,2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피부양자는 최대 1억2,000만원의 소득이 있더라도 무임승차할 수 있다. 연 7,000만 건이 넘는 보험료 관련 민원은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지난 1월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3단계 7년 시행은 2단계 5년으로 단축됐고, 형제자매를 포함 피부양자 기준 등 일부가 수정됐다. 주요 내용은 저소득자에 대한 평가소득 폐지, 집ㆍ자동차 등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 축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인정 범위 축소, 보수 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강화 등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합의한 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역가입자의 80%인 606만 가구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보고 소득이 많은 피부양자 47만 가구, 보수 외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26만 가구는 다소 부담이 늘 전망이다. 평가소득이 폐지되면 송파 3모녀 같은 가구의 보험료는 1만3,100원으로 낮아지고 이러한 세대는 전체 지역가입 세대의 77%인 572만 세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소득이 있는데도 직장피부양자에 올려 무임승차했던 계층도 일정부분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번 건강보험부과체계 개편안이 저소득자에 대한 보험료 인하 등 성과는 적지 않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가 접점을 찾은 점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논의의 핵심은 부과체계의 형평성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쉽게도 정부 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소득중심 부과체계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고 지역과 직장으로 이원화돼 형평성 등 근본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른 시일 내에 소득파악률을 높여 사회보험방식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처럼 직장과 지역 구분 없이 소득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그리하면 저소득자는 최저로 내고 고소득자가 더 많이 내게 돼 소득역진성을 막을 수 있다. 또 개편안의 큰 문제인 연평균 1조원의 건보 재정 손실 등 건보 재정건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부과체계 개편안을 출발점으로 삼아 선진형 건강보험으로 도약하는 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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