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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추석, 어려운 관계

입력
2016.09.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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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연휴는 예년에 비해 긴 닷새간 이어졌다. 설에 만났던 가족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생활하다가,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넉넉해진 연휴였다. 익숙한 일상에서의 벗어남은 언제나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다. 우리에게 추석 연휴는 생활에 쫓겨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달랠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 미뤄뒀던 가족에 대한 의무와 옅어진 유대감 회복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그리고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추석은 어떤 모습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언급들을 통해 살펴보았다. 약 한 달간의 추석 관련 연관어의 언급 추이와 함께 내용상으로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는지 분석하였다.

부담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더 커

먼저 추석과 관련한 언급이 얼마나, 또 어떤 추이로 나타나는지 ‘추석’ ‘한가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약 2주간 살펴보았다. 추석 연휴가 포함되기 전인 12일까지 2만건 내외로 나타나던 추석 얘기가 13일부터 급증하여 추석 당일인 14일에는 13만건 이상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당일 이후에는 다시 언급량이 급속히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양상을 좀 더 자세하게 보기 위해 언급된 내용에 대한 감성분석을 실시하였다. 감성분석은 추석과 함께 언급된 어구 간의 관계분석을 통해 전반적인 내용을 크게 긍정의견, 부정의견, 혼합 및 중립의견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여기에서는 더 효과적인 내용 분석을 위해 혼합 및 중립의견은 제외하고 긍정 및 부정의견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대체적인 흐름은 연휴 이전에 높게 나타났던 부정적 의견, 즉 추석 연휴에 대한 우려의 비중이 점차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특히 연휴 전날인 14일에는 추석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82.7%로 나타나 추석에 대한 우려와 걱정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것을 보여준다. 추석 당일 이후에는 전반적인 언급량의 감소와 함께 부정적 의견이 다소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연휴 동안 오랜만에 만난 일가친척과의 만남에서 쌓인 피로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부담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계로 인한 어려움은 숙제

이어 추석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었는지 긍정ㆍ부정 연관어에 대한 내용 분석을 시행하였다. 분석에 활용된 자료는 8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약 한 달간 트위터를 대상으로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Buzzword) 데이터에서 추출하였다.

먼저 추석에 대한 긍정적 언급과 부정적 언급에 모두 나타난 연관어는 ‘연휴’ ‘선물’ ‘명절’ ‘가족’ ‘마음’ 등이었다. ‘연휴’나 ‘선물’, ‘가족’ 등은 일반적으로 긍정적 차원에서 많이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언급된 맥락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차원에서 추석과 함께 언급된 내용은 형용사의 비중이 높았다. 모든 연관어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즐거운’을 비롯해서 ‘행복한’ ‘맛있는’ ‘풍성한’ 등이 대표적이었고, 마음이 표현되는 ‘감사’와 ‘정성’ ‘편안한’ 등도 눈에 띄었다. 반면 추석에 대한 부정연관어를 대표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관계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나 ‘친정’ ‘아내’ ‘남편’ ‘이웃’ 그리고 ‘강아지’ 등이 나타났고, 관계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소통에 대한 우려와 갈등이 나타났다. ‘말’ ‘말대꾸’ ‘잔소리’ ‘만남’ ‘불통’ 등이 두드러졌고, ‘싸움’이나 ‘오지 말라’까지 볼 수 있었다. 풍요로운 추석임에도 현실에서의 불편함과 어려움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경제적 부담과 직접 연결되는 ‘돈’ ‘현금’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선물에 대해 ‘돌려보내’는 일이 많아진 점,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또 다른 가족의 일원이 된 반려동물을 맡기기 위한 ‘애견호텔’ 등이 나타난 점은 이채로웠다.

우리에게 ‘관계’는 영원한 숙제인듯하다. 한 가지 숙제를 해내면, 또 다른 숙제가 나타나듯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시작하여 성장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사회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대상은 변하고, 또 같은 관계라도 처한 상황 변화에 따라 기대는 달라진다. 산업화과정을 거치며 경제적 풍요는 갖게 되었지만, 고향은 잃게 되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와 함께 유난히 노후 돌봄에 있어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 우리 사회이기에 ‘안온한 가족’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추석을 돌아보며 내년 설에는 가족 간에 단순히 안부만 확인하는 형식적 자리가 아닌, 정을 다지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 전에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것이 숙제로 느껴지지만, 공들인 만큼의 효과와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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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분석에 활용된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하여 2016년 8월 18일 ~ 9월 17일까지의 기간 중 2,222만개 이상의 계정을 대상으로 추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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