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경호실ㆍ중대본 끌어들여
참사 대응 미비점 무마시키려 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사유들을 조목조목 부인하며 탄핵심판과 특별검사팀 수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3일)을 이틀 앞두고 심판정에서 할 변론을 언론에 한 셈인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심판정 밖의 주장이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신년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여, KD코퍼레이션의 대기업 납품 지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거나 순수한 의도였을 뿐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특히 헌재가 석명권을 행사해 박 대통령 측에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시각별로 남김없이 밝히라며 이에 대한 심리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자기변호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경호실과 중대본, 언론 오보 등을 끌어들이며 참사 대응의 미비점을 무마시키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여러가지 결재를 하느라 바빠 정확하게 기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이 기억을 잘 못하는 부분은 탄핵소추사실 중 일부”라고 말을 뒤집었는데, “밀린 일을 하느라 바빴다”는 1일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애초 이 변호사의 해명과 닿아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소명자료를 제3차 변론기일(10일)까지 내겠다고 미룬 상태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처신이 헌법절차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압력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헌재에 근무했던 노희범 변호사는 “특검 수사와 헌재의 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이 의혹을 부인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선 첫 변론기일에 심판정에 출석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대통령이 이행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앞서 대국민담화 등에서 밝히지 않았던 구체적인 해명을 비로소 내놓은 것이지만 때늦은 해명이 된 셈이다.
탄핵심판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어려워 보인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탄핵심판 변론기일과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심판정 밖에서 한 주장은 대리인단이 별도의 서면을 내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이 최순실ㆍ정호성ㆍ안종범 등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3인방의 재판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모든 건 대통령의 뜻이고 지시였다”면서 형사적 책임을 대통령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이를 막아보려는 신호라는 분석도 있지만, 박 대통령에겐 눈앞의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를 대비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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