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종교계도 잇달아 진상 규명과 대통령을 포함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개신교계, 천주교계, 불교계 등은 특히 “대통령이 물러나야 국가의 불행이 끝난다”며 한 목소리로 하야를 요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협 회원교단장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NCCK 총회장 이동춘(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목사를 비롯한 교단장 일동은 “(현 사태는)어느 누구보다 대통령의 잘못”이라며 “제발 스스로 손을 묶고 발을 묶어 주어야 이 나라가 산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고 개각을 해도 잘못이 숨겨지긴커녕 더 큰 잘못과 더 많은 죄인을 만들 뿐이니 책임지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며 “지금 책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병들어 죽는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계열 단체들도 이날 시국선언문을 내고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권좌에서 즉각 내려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응분의 처벌을 받으라”며 “국민이 더 이상 권위를 인정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대통령은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제발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현 사태를 방관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들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게 나라이고 이게 국가인가를 지금 위정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 각종 불통 정책 뒤에 최순실과 비선실세의 헌법 유린, 사리사욕이 숨어 있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만큼 이 현실에 국정 동반자로 함께 해온 새누리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더 적극적인 저항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1일 성명을 내 “비선실세를 통한 국정 개입은 국민주권과 법치주의를 유린한 반헌법적 행위”라며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자세로 책임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가톨릭 교회가 정의구현 소명의 등불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계열 단체들로 구성된 ‘불교단체 공동행동’도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자들은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길을 떠나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박 대통령과 최순실, 동조 세력이 물러날 수 있도록 온 국민과 함께 힘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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