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건강한 비만' 논란… 수명 연장 vs 발병 위험

알림

'건강한 비만' 논란… 수명 연장 vs 발병 위험

입력
2015.06.26 15:06
0 0

"대사 이상 없는 비만체형이 저체중보다 더 장수" 주장에

"아시아인 마른 비만 많고 대사증후군 등 예후 나빠" 맞서

건강한 비만 기준 여전히 모호, 적절한 몸무게 조절은 필수

비만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을 일으켜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최근 대사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강한 비만’은 오히려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을 일으켜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최근 대사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강한 비만’은 오히려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치부되고 있다.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까지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약간 뚱뚱하면 몸무게가 정상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뜨겁다. 이른바 ‘비만 패러독스(obesity paradox)’다.

비만 패러독스를 수용하는 측에서는 “비만인의 10~25% 정도가 대사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강한 비만(MHOㆍMetabolic Healthy Obesity)”이라며 비만이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순기능을 해 수명을 늘린다는 주장이다. 반면 비만 패러독스를 반대하는 측은 “건강한 비만인 사람에게 지금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고혈압, 당뇨병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건강한 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여러 지표들은 ‘건강한 비만’을 정확히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건강한 비만’이 정상 체중보다 장수”

비만을 재는 대표적인 지수는 체질량지수(BMI)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0년 한국인 등 아시아인들의 비만 기준을 BMI 25 이상(미국인의 경우 BMI 30 이상)으로 정했다. 아시아인들은 몸무게가 늘면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져 미국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했다. 현재 한국인 남자의 경우 38%가 비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몇몇 연구결과에서 비만인 사람 가운데 일부는 당뇨병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 현상 즉 ‘건강한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야마 신이치(栗山眞一) 일본 도호쿠(東北)대 의대 분자역학 교수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구리야마 교수는 40세 이상 일본 성인 남성 5만명을 대상으로 12년 이상 비만과 수명 관계를 추적한 연구에서, 저체중 정상 비만 고도비만 등 체형 별 평균 잔여수명을 조사한 결과, 정상체중보다 비만체형이 장수했다고 밝혔다. 비만 41.6년, 정상 39.9년, 고도비만 39.4년, 저체중 34.5년 순으로 장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길리올라 칼로리 이탈리아 산라파엘 과학연구소 박사가 2011년 미국당뇨병학회(ADA)가 발행하는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건강한 비만이 입증됐다. 칼로리 박사는 건강한 비만인 사람들을 1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 비만 그룹에 비해 전체 사망률, 암 사망률, 심혈관 사망률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공개된 7년 추적연구에서도 건강한 비만 그룹은 심혈관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대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비만이어도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건강한 비만이 앞으로 대사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증명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는 대부분의 의료진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며 “오히려 비만은 아니지만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 “마른 비만 많은 한국인은 예후 안 좋아”

반면 과체중인 사람이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는 건강한 비만이라도 나중에 고혈압과 당뇨병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조슈아 벨 런던대 박사는 39~62세 남녀 2,521명을 대상으로 2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건강한 비만’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미국 심장병학회지(1월 5일자)에 게재했다. 벨 박사는 “건강한 비만 성인은 장기간에 걸쳐 건강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건강한 비만은 질병 발병 위험을 내포한 고위험 상태”라고 했다. 이 연구는 비만에 관한 연구로선 최장기 조사다. 미국의사협회(AMA)도 지난해 비만을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질병으로 규정했다.

또한, 미국당뇨병학회의 ‘당뇨병 관리’(2013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건강한 비만인 환자 638명을 17.7년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 대사 이상 여부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이후 ‘비만 리뷰(Obesity Review)’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도 건강한 비만은 대사이상이 없고 정상체중인 그룹보다 제2당뇨병 등과 같은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몸무게나 BMI 등과 같은 단순한 수치에 의존하기보다 비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며 ‘건강한 비만’에 반대하기도 한다. 최경묵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백인은 건강한 비만의 비율이 높지만 한국인 등 아시아인은 반대로 비만하지 않는데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환자, 즉 ‘마른 비만’이 더 많고, 예후도 더 나쁘다”며 “결국 비만도 개인맞춤형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특히 고령군과 여성군에서 내장지방이 늘어나는데도 근육량이 줄면서 BMI는 변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비춰보면 ‘건강한 비만’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더 섬세한 진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건강한 비만’군은 정상인군보다 위험성이 있을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비만인에서 몸무게 조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건강한 비만군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이밖에 건강한 비만을 정의하는 통일된 기준도 아직 미흡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건강한 비만’을 위한 정의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는 ‘건강한 비만’을 정의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다만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만성 대사질환의 원인이어서 대사적 측면을 강조한 비만에 대한 접근보다는 질병에 대한 포괄적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한국이 미국보다 뚱보 더 많다고?

국내 비만기준, 국제 표준보다 더 낮아

현재 한국인에게 적용하고 있는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이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국내에 적용하고 있는 비만 기준을 BMI 25 이상에서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국내 비만 인구 비율이 미국보다 더 높게 나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키 175㎝에 몸무게 77㎏인 성인 남성의 BMI는 25로, 아시아태평양 비만기준을 적용하면 비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세계비만기준을 적용할 경우 비만이 아닌 과체중에 해당한다.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비만기준에 따르면 BMI 23~24.9이면 과체중, 25~29.9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6,017명(남 2,623명ㆍ여 3,394명)의 키 몸무게 BMI 체지방률 체지방량을 분석했다. BMI 25이상을 비만으로 봤을 때 비만 인구는 남자 38.7%, 여자 28.1%로 나타났다. 이 같은 비율은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 세계기준으로 평가한 미국의 비만비율(남 35.5%ㆍ여 33.4%)보다 높았다.

조 교수는 이에 따라 세계 비만기준과 국내 비만기준의 수치 차이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평가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BMI 24.2, 미국은 25.5로 국내 수치가 1.3 정도 낮았다. 이는 기존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BMI 비만 기준이 인종별로 차이가 크지 않아 국제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권고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적절한 국제 비교를 위해 국제 기준으로 통일하거나 최근 일본검진학회에서 제시한 BMI 남자 27.7, 여자 26.1 이상 비만 기준처럼 연구를 통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비만기준 BMI를 국제 기준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면 사망률도 낮고, 질병 발생 위험도 낮은 경도비만 그룹들이 불필요하게 체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또 체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줄이고 불필요하게 쓰이고 있는 비만 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 비만기준 수치를 27 정도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다만 BMI가 27 이하라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개인의 질병 유무나 건강상태에 따라 식사, 운동, 행동 수정을 포함한 비만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