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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축구, 타임아웃이 필요하다

입력
2014.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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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쇼크’(Earning Shock)란 상장기업의 분기 혹은 반기 실적이 예상치 보다 크게 낮을 때 쓰는 말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해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졸전 탓으로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어닝 쇼크 상태가 확산되고 있다. 관중이 외면하는 스포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16년 만에 무승. 이것은 홍명보 감독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이다.

중요한 건 어닝 쇼크 결과에 진짜 쇼크를 먹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보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책임론 공방을 벌이는 대한축구협회와 일부 언론들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지금 필요한 건 한국 축구의 타임아웃(Time Out)이다. 상황을 분석, 파악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정비하고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타임아웃 말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국내 시각에서 팬들의 입장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쇼크 상태에 놓인 대한민국 축구가 비교 우위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고 어닝 쇼크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 통산 16골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독일 미로슬로프 클로제 선수의 대를 잇는 토마스 뮐러처럼 새로운 선수와 먹거리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브라질의 독일 전 대패 이유도 네이마르와 치아구 시우바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해 공수에서 구멍이 뚫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예에서 보듯 한 명의 선수나 하나의 제품이 아닌 다양한 선수를 구성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판의 분위기를 살리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형님 리더십의 의리가 아닌 합리가 중시되는 ‘축구가 정신’(기업가 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축구가 성장하려면 인적ㆍ물적 자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감독과 축구협회의 올바른 판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같은 선수라도 활용하는 감독에 따라 성과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수를 선발하고 성장시키는 합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홍명보 축구의 가장 큰 실패는 과거의 승리에 대한 추억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지한 것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와 같은 축구 강국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들 역시 전통적인 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브라질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팀들의 특징은 승리한 뒤에도 또 다른 변화, 즉 상대에 따라 다른 전술을 준비했고, 이를 그라운드에 적용했다.

진정한 승리는 과거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 가운데 무엇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공격력이 매우 강한 팀이지만 때로는 수비강화 카드를 들고 나왔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를 통한 ‘퓨전 사커’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이처럼 강점과 기회를 합치고 위협과 약점 요인을 차단하는 퓨전 사커가 필요하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IT기업인 SAP와 손 잡고 본격적인 데이터 축구에 시동을 걸었다.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의 예측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글의 분석이 더 정확하게 8강 팀을 예측했다. SAP 매치 인사이트 솔루션은 선수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선수당 4,000개 이상의 정보를 축적하는 기술로 운동량, 심박수, 슈팅 동작, 방향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감독에게 전달, 경기력을 극대화했다. 한국 축구가 홍명보 이후를 생각한다면 감(感)이 아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애널리스트식 축구가 필요한 이유다. 선수를 선발하거나 경기를 할 때 감을 버리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의 기초 토양이 되는 유소년 축구나 K리그 활성화, 나아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의 의리와 전통, 감에 의존하는 틀을 깨고 합리, 퓨전, 빅데이터에 의지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축구가 어닝 쇼크에서 벗어나 다음 시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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