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추락ㆍ핵심 인력 줄줄이 사표
‘혁신의 아이콘에서 불신의 아이콘으로.’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괴짜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도를 넘은 기행으로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사고 치는 오너 뒤치다꺼리에 신물이 난 임원들은 줄줄이 사표를 던졌고,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오전 한 온라인 팟캐스트에는 머스크가 담배와 마리화나를 섞어 만든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 진행자로부터 대마초 한 개비를 건네 받은 머스크는, 몇 모금을 들이 마신 뒤 연신 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위스키를 홀짝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테슬라 공장이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기호용 마리화나 흡연은 합법이지만,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일론의 철 없는 행동으로 테슬라는 더욱 곤경에 빠졌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테슬라의 핵심 인력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회사를 떠났다. 테슬러에 둥지를 튼 지 한 달도 채 안 돼 회계책임자 데이브 모턴이 사표를 냈고, 인사부문 책임자 게비 탤리대노 역시 휴가 이후 회사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테슬라를 떠난 고위 임원은 24명에 달한다. 결국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 대비 6%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19% 하락했다.
특히 대마초 흡연 사건은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 X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 X와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미 공군이 머스크의 일탈 행위에 대한 조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테슬라 위기의 근원은 머스크 자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경박한 ‘입’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태국 동굴 소년을 구조한 다이버에게 소아성애자라는 막말을 쏟아내는 등 사업과는 무관한 영역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만우절에는 테슬라 파산설을, 8월에는 상장폐지를 발표했다가 전격 철회하는 등 돌출 발언으로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 CNN이 “테슬라를 살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부터 삭제해야 한다”고 꼬집은 이유다.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사업 초기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각광 받았을지 모르지만, 실적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찰스 레인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머스크의 기행보다 더 큰 문제는 세단형 전기차 ‘모델 3’에 테슬라의 미래를 걸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트렌드가 SUV 등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세단 전기차는 틈새 시장에 불과해 시장을 차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모델 3는 현재 생산 라인 병목 현상으로, 예약 주문이 대거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FT는 “머스크는 회사를 스타트업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제는 안정적으로 규모를 키워 나갈 때”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은 머스크의 ‘2선 후퇴’다. 스페이스 X의 경우처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별도로 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동안 미디어에서 시끄럽게 혼란상을 다루겠지만, 우리는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놀라운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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