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추세 고착화 조짐이 뚜렷하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경기부진이 향후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9일 27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경영 위기상황이 앞으로 2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경영 악화 원인으로 ‘내수불황 장기화’를 우선 꼽았다. 가장 큰 고민은 ‘매출 하락 지속’과 ‘신성장 동력 미확보’ 등이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기업 90개사를 포함한 239개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2017년 CEO 경제전망 조사’에서도 81.5%가 현재의 경기를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7.1%가 ‘2019년 이후’에나 국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우리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정치ㆍ사회 불안, 민간소비 부진, 기업 투자심리 위축 등을 꼽았다. 대기업, 중소기업 공히 내수부진과 투자위축을 위기의 진원으로 지목한 셈이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늪에 빠졌음이 각종 지표로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9.9%)에 근접했다. 11월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8.2%로 1999년 11월(8.8%) 이후 같은 달 기준 최고치다. 경제성장률도 내년까지 내리 3년간 2%대에 머물 전망이다. 수출도 수년간 뒷걸음질이다. 이미 시중 금리는 상향 조정되는 추세라 가계의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이는 다시 소비와 생산 부진으로 이어져 장기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 냉탕온탕을 반복해 온 부동산 정책이 연착륙에 실패한 결과 청약열기가 하루아침에 실종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세계적 보호무역 추세도 우리 경제에는 메가톤급 위험요소다. 그런데도 탄핵정국을 맞아 경제 사령탑은 무기력하고,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까지 치러야 할 형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관료조직이 분명하게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한다. 복지부동의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최후 보루라는 다짐으로 적극적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당장 이달 말 발표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6개월짜리 단명정책이더라도 벼랑에 몰린 경제에 숨통을 틔어 줄 알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치도 더 이상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쓸 만한 것은 골라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지나고 보면 지금 또한 골든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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