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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테러국 지정’에도 약한 반발… ‘한 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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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테러국 지정’에도 약한 반발… ‘한 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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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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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낮은 ‘외무성 대변인 문답’으로 반응

내용도 원칙 수준… 보복 조치 언급 없어

실질적 조치 아니라는 점 고려된 듯

핵 완성 때까지 도발 자제ㆍ관망 가능성

2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시찰 모습. 연합뉴스
2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시찰 모습. 연합뉴스

미국에 의해 9년 만에 테러지원국 낙인이 찍힌 북한의 반발이 의외로 약하다. 이에 핵무기 완성 때까지 도발을 자제하며 와신상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2일 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을 통해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엄중한 도발이며 난폭한 침해”라고 규정한 뒤 “미국은 감히 우리를 건드린 저들의 행위가 초래한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은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우리에 대한 핵위협에 대처하여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지키기 위한 억제력”이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억제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 수위로 반발할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이번 발표의 형식과 내용을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위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일단 형식 면에서 ‘외무성 대변인의 기자와의 문답’은 상대적으로 낮은 축이다. 북한이 대외 관계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때 가장 격이 높은 형식은 ‘정부 성명’이다. 이어 외무성 차원의 성명,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보도 순으로 격이 내려간다. 최근 방한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한 반응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였다. 이번에 격을 더 떨어뜨린 것이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뜻하는 억제력 강화를 거론했지만 구체적 보복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칙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처럼 낮은 수위 대응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실질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대해서는 북한이 거의 예외 없이 무력 시위로 대응해 왔다는 사실에 근거해서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즈음부터 군사 옵션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북한이 감안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내년 2~3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도발 자제 배경으로 기술적 요인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3일 “북한이 숨 고르기를 하는 게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인지 북미 간 물밑 접촉 때문인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도에 대한 기술적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알기 어렵지만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는 게 북한의 전략적 목표라면 핵심은 기술적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현재 북한은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기 위해 강경 대응을 잠시 보류하면서 핵탄두 탑재 ICBM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 중인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세를 관망하다 핵 능력을 완비한 뒤에야 (협상 착수를 위해) 핵 동결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 보유국 선언을 한 뒤 미국과 협상하는 게 나을지, 5% 정도 여지를 둔 상태에서 이를 카드로 협상에 나오는 게 나을지 북한이 고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신중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언론에 올 3월과 2008년에도 테러지원국 지정에 대해 북한이 같은 형식으로 반응했다며 “특별하게 다른 수위로 대응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내용과 관련해서도 “조금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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