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판매 수익 등 회사 수입 불구
전정도 前회장 뒷주머니로 들어가
파견 임원이 "잘못된 경영" 건의
감사 착수했지만 후속조치 없어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고가 인수한 뒤 내부 감사를 통해 이 회사의 불합리한 경영 실태를 적발하고도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정준양(67) 당시 포스코그룹 회장이 전정도(56ㆍ구속기소) 전 성진지오텍 회장에 대한 특혜제공 및 비호 차원에서 감사 결과를 묵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 전 회장의 배임 혐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최근 포스코 본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2011~2012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 2010년 3월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지분(40.38%) 인수계약을 체결, 같은 해 5월 이 회사를 계열사로 공식 편입시켰다. 성진지오텍의 최대 주주가 전씨에서 포스코로 변경됐지만, 포스코는 이례적으로 전씨한테 최대 5년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줬다. 그 결과 전씨는 회장직을 유지하며 종전과 거의 다를 바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대기업인 포스코 입장에서 볼 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경영관행이 성진지오텍 내에 만연해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계설비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철의 판매 수익은 회사의 기타 수입으로 처리돼야 하는데, 전씨의 운전기사가 별도로 외부에 팔아 전씨 개인에게 그 이익이 귀속되도록 했다. 또, 회사 기자재 구입 시에도 전씨 개인 소유 업체를 통해 비싸게 사들였고, 매년 금융이자만 500억원에 이르는 등 고정지출 비용이 연 1,000억원을 웃돌아 웬만해선 영업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당시 포스코 본사에서 성진지오텍으로 파견된 임원 A씨는 이런 관행들을 문제 삼았으나, 성진지오텍에서 일해온 임원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포스코 본사 감사실장에게 “성진지오텍 같은 회사를 포스코 계열사로 두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감사를 건의했고, 포스코는 실제로 감사에 착수해 많은 문제점과 내부 비리 정황들을 적발했다. 감사결과는 내부 절차를 거쳐 정 전 회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성진지오텍 문제에 대한 시정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포스코 감사실 또한 감사 지적 사항의 이행여부를 확인하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배회사’인 포스코가 ‘종속회사’인 성진지오텍을 상대로 벌인 감사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돼 버린 것이다.
검찰은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지분 고가 인수 및 전씨에 대한 각종 특혜 제공 등의 연장선상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수장인 정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 내부 비리를 보고받고도 묵인한 것은 전씨의 이익을 계속 보전해 주려는 의도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이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된 정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핵심 정황이라고 보고, 성진지오텍 감사에 관여했던 임직원들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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