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에 전 세계 언론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박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긴급 타전하며 역사적인 판결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10일 선고 직후 “헌재가 한국의 수치스러운(disgraced) 대통령을 권력에서 걷어차냈다”고 보도했다. AP는 8명의 재판부가 만장일치로 내린 파면 결정에 대해 “1980년대 말 독재정권이 붕괴된 후 최초로 대통령을 최종 탄핵했다. 역사적 결정이다”고 평가했다.
영미권 외신은 주로 탄핵까지 전 과정이 민주적, 평화적으로 이뤄진 점에 찬사를 보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가 비교적 짧은 역사의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진화했는지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NYT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큰 폭력 사태 없이 파면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회와 사법부가 대규모 평화 집회를 동력 삼아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 CNN은 ‘한국 정치 공주의 몰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인생을 조명했다. 방송은 “일생을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살아온 박근혜의 삶에는 비극과 스캔들이 넘쳐났다”고 시작해 “청와대를 드나들며 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여성(박 전 대통령)은 이제 영원히 그곳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특히 “대통령이 된 후 그의 퍼포먼스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며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한 대응 등을 예로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AFP통신은 “군사 독재자의 딸인 박 대통령 특유의 냉담한 (통치)스타일에 경제적ㆍ사회적 좌절감이 더해지면서 지지율 폭락을 마주했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 역시 정유라(21)씨의 입시비리 등을 지적,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조작된 시스템을 확인하고 분노했다”고 진단했다.
향후 ‘촛불 민심’이 재벌 개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이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며 “한국 대중의 분노는 이제 이들이 누리는 정치적 영향력에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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