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파편에 맞은 형 수술 끝나자마자
"쌍둥이 동생 있는 병원으로 보내 달라"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부상을 입은 7명이 후송된 강릉아산병원과 국군수도병원 등은 부상자 치료와 안정 등을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강릉시 사천면 강릉아산병원에는 사고 발생 4시간쯤 지난 22일 0시27분쯤 김모(22) 병장이 구급차에 실려 도착했다. 팔꿈치에 관통상을 입은 그의 전투복은 온통 피투성이였고 지혈을 하느라 전투복 상의는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김 병장이 응급수술을 받는 동안 그의 쌍둥이 형이 왼쪽 가슴과 팔, 다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고 강릉 주문진읍의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돼 파편 제거수술을 받았다. 형은 병상에서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동생은 무사하냐. 동생 곁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청해 강릉아산병원 일반병실에서 함께 치료를 받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이날 오전 어머니 없이 어렵게 키운 두 아들의 사고 소식에 경북 구미에서 강릉까지 달려온 쌍둥이의 아버지는 “큰 애가 같은 부대에서 동생을 지켜주고 싶다고 해 같이 입대했는데 큰 일을 당했다”고 말을 남기고 황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쌍둥이는 같은 소초에서 근무 중이었다. 아버지는 현재 초췌한 모습으로 쌍둥이의 곁을 지키고 있다. 다행히 둘 다 수술 경과가 좋아 일반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목과 복부에 수류탄 파편상을 입은 신모(20) 이병은 23일 강릉아산병원에서 파편 제거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 병원 김진엽 부원장은 “환자들 상태가 모두 호전 중이다”라면서도 “다만 외상 후 스트레스 등 다른 증상은 시간이 좀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역시 파편상을 입은 임모(22) 하사도 강릉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 관통상 및 복강 내 출혈 등 중상을 입고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진 문모(22) 하사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전역을 연장해 근무하던 중 변을 당했다. 문 하사는 병장으로 복무 중 부사관에 지원해 4월 3일 하사로 임관, 10월 2일 제대를 앞두고 있었다. 군 부대가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에는 ‘6개월간 600만원을 모아 부모님께 작은 보탬이 되기 위해 복무기간을 연장했다’는 문 하사의 글이 올라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 하사는 이날 오전 1시 40분부터 6시까지 4시간 20분 동안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쯤 만난 문 하사의 이모부 박모씨는 “중환자실에 있는데 아직 의식이 없다. 수술 후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국방부가 브리핑했지만 아직 믿을 수 없다”면서 “석 달 정도 지나면 전역인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리 등에 파편상을 당한 차모(19) 일병, 김모(20) 일병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은 “수술을 받은 문 하사 등은 병원 내 병동(3∼7층)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김모(23) 하사 등 총기사고 사망자 5명에 대해 검시를 마쳤으며, 이 중 유족과 협의된 4명의 빈소를 국군수도병원에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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