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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되는 그 맛… '허니버터칩'의 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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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되는 그 맛… '허니버터칩'의 건강학

입력
2014.12.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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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맛 기존의 감자칩에

아카시 벌꿀 0.01%로 단맛 더해

스낵ㆍ과자류에 일찍 길들여지면

영양ㆍ정신건강 측면 안 좋은 영향

허니버터칩 열풍이 거센 가운데, 어려서부터 단맛, 짠맛, 버터맛, 탄수화물이 배합된 맛에 빠지면 영양불균형은 물론 맛 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거센 가운데, 어려서부터 단맛, 짠맛, 버터맛, 탄수화물이 배합된 맛에 빠지면 영양불균형은 물론 맛 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허니버터칩 생산량을 평소보다 3배로 늘리고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제품 구입을 원하는 모든 분들께 원활한 공급을 드리지 못해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고객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품귀’와 관련, 이 같은 내용의 사과의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난 8월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짭짤한 맛이 대세였던 국내 감자칩 시장의 트렌드를 ‘달콤한 맛’ 쪽으로 돌려놨다. 결과는 ‘대박’. 허니버터칩이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제과회사는 물론 대형마트까지 가세해 엇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음료시장에서도 벌꿀을 첨가한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벌꿀 전성시대이다.

‘벌꿀=몸에 좋다’ 인식을 마케팅에 활용

허니버터칩 열풍에서 보듯, 대중들은 왜 벌꿀이 함유된 제품을 선호할까. 이용철 동화한의원 원장(서울시한의사회 부회장)은 “전래동화에 동네 훈장이 아이들 몰래 벽장에 꿀단지를 숨겨놓고 몰래 먹다가 들켜 망신을 당한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꿀은 귀해서 숨겨놓고 먹는 약재이자 식품”이라며 “벌꿀을 함유해 소비자들에게 고급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상업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송홍지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전까지 벌꿀은 단맛을 경험할 수 있는 귀한 식품이었다”며 “벌꿀이 몸에 좋을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활용해 상품화한 것”이라고 했다.

벌꿀은 한의학에서 봉밀(蜂蜜)이라고 하며, 토종벌꿀과 양봉벌꿀로 구분된다. 동의보감은 벌꿀에 대해 ‘맛이 달고 성질은 평하며, 끓이면 성질이 따뜻해져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돋우며 중초를 보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풀어준다’고 고 적고 있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은 “벌꿀은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는 고열량 식품이자 약으로, 한의학에서는 몸을 보하는 기운이 있는 환약을 조제할 때 꿀을 이용해 반죽, 환약을 빚는데 대표적인 것이 경옥고”라며 “벌꿀은 소화기의 기운을 돕고 설사와 입안이 헌 것을 멎게 하고 귀와 눈을 밝아지게 한다”고 했다.

허니버터칩 구입문의가 쇄도하자 판매 안함 문구를 출입문에 내건 서울 강남의 한 과자전문점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허니버터칩 구입문의가 쇄도하자 판매 안함 문구를 출입문에 내건 서울 강남의 한 과자전문점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단맛+짠맛+버터 맛+탄수화물’, 중독성 키우는 4가지 맛

이처럼 인간의 몸에 좋은 벌꿀이 허니버터칩에 얼마나 함유돼 있을까. 해태제과에 문의한 결과 이 제품에는 국내산 아카시 꿀이 0.01% 함유돼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설탕보다 고급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아카시 꿀을 함유했다”며 “벌꿀이 많이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배합에 필요한 최적의 벌꿀 양을 사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아카시 벌꿀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송 교수는 “허니버터칩의 벌꿀 함유량은 미량에 불과하다”며 “이 제품이 대중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중독을 유발하는 4가지 맛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교수가 지적한 중독을 유발하는 4가지 맛은 바로 단맛, 짠맛, ‘버터 맛(기름 맛), 탄수화물이다. 송 교수는 “기존 감자칩이 갖고 있던 짭짤한 맛에 벌꿀과 버터를 첨가해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배가시켜 한번 맛 들면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맛을 만들었다”며 “이 때문에 대중이 허니버터칩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4가지 맛이 결합된 제품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시킬 수밖에 없다”며 “인스턴트커피 맛에 빠지면 계속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손기영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허니버터칩으로 대표되는 달콤하고 짭짤한 맛에 대중들이 끌리는 것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단맛은 물론 탄수화물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작용을 하지만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어려서 단맛 길들여지면 맛 감각 상실 등 우려

어릴 적부터 당분, 나트륨, 포화지방, 탄수화물 등이 함유된 과자나 음료를 즐기면 맛에 대한 감각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교수는 “어릴 적부터 이런 맛에 길들여지면 다른 음식으로는 맛을 충족할 수 없게 된다”며 “소아비만 환자의 대부분이 끊임없이 입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자나 음료를 찾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은 성장이 느릴 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과자나 음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 아이가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관찰해 불필요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5세 이상이 되면 자기가 경험한 맛 중 제일 좋아하는 맛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당분, 탄수화물, 나트륨 등이 포함된 식품에 길들여지면 계속 그 맛을 찾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 등에서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진리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분, 탄수화물이 함유된 간식을 많이 먹으면 포만감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아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이 악화가 되면 성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용철 원장은 “과자나 음료에는 맛과 색을 내기 위한 합성조미료, 합성색소, 합성착향료, 합성감미료 등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들은 알레르기, 아토피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단 맛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런 맛을 즐기는 이들은 야채와 같이 담백한 맛을 상대적으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어릴 적부터 단맛을 즐기면 성인이 된 후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음드림의원 원장)는 “2009년 영국정신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0세 무렵 단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은 어린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34세가 돼 훨씬 더 많은 폭력행위를 저질렀다”며 “단맛은 본능적으로 즐거움과 쾌락이라는 보상을 제공하는데, 폭식환자가 달고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듯 단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아이들이 참을성이 적고 폭력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원장은 “허니버터칩과 같이 달콤한 맛을 찾는 것은 고단한 삶에 지쳐 갓난아이처럼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약한 심성의 발로일 수 있다”며 “하지만 사랑이 지나치면 독이 되듯 단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정신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 꿀, 알면 약-모르면 독

동의보감에 따르면 꿀은 윤폐보중(潤肺補中), 활장(滑腸), 완급(緩急), 해독(解毒) 등의 작용을 해, 기력이 떨어지고 기관지나 폐가 지나치게 건조해져서 생기는 해수(기침), 허하거나 속이 냉해서 생기는 복통, 대장내의 진액이 부족해져서 생기는 변비 등을 치료하고 피곤할 때 피로를 풀어주는 힘도 강하다. 꿀은 황기나 당삼 등 몸을 보하는 한약재들과 함께 볶아 쓰이고, 환을 만들 때 꿀을 섞으면 비교적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환 모양을 잘 빚을 수 있어 경옥고, 공진단 등 환약을 만들 때 쓰인다.

이처럼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력을 더해주며 아픈 것을 멎게 하고 독을 풀어준다는 꿀. 하지만 꿀도 제대로 알고 먹어야 문제가 없다. 한동하 원장은 “얼굴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거나 몸이 찬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꿀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면서도 “얼굴이 붉거나 열감과 염증이 심한 증상에는 꿀을 처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용철 원장도 “꿀은 따뜻하고 촉촉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습열이 많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꿀을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 원장은 “어린이들 경우 ‘열체’라 해서 몸에 열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꿀을 가급적 처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어릴 때 꿀을 많이 먹게 되면 주의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가 생길 수 있고 이런 증세가 있다면 상태가 심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원장은 또 “꿀은 돌 이전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금해야 하는 식품”이라며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으로 알려진 보툴리누스균이 꿀에 들어 있어 꿀을 먹으면 아이의 장에서 균이 자라 독소를 생산해 보툴리누스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김진리 교수는 “미국에서는 12개월 이하 소아들의 경우 꿀에 들어 있는 세균에 취약해 복용을 삼가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꿀이 위궤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말이 많은데 의학적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과신해서 꿀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치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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