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2030 감축 로드맵’ 수정
“저감 대책 소홀” 국내외 비판에
해외 탄소권 매입 해결 포기하고
국내에서 줄이기로 했지만
구체적 실행 내용은 없어 모호
일각 “37% 감축 목표도 부족”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데도 저감 정책엔 소극적이라는 국내외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올해 상반기 안에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 발표키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중 해외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서 해결하려던 감축분을 국내 감축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국회기후변화포럼과 기후변화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상반기 중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ㆍ보완해 확정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2016년 12월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중 국외 감축분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애초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100만톤으로 추정하고 BAU의 37%(3억1,500만톤)를 감축할 계획인데, 이중 국내감축분은 25.7%(2억1,900만톤), 국외감축분은 11.3%(9,600만톤)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냉혹했다. 기후변화 대응 행동 분석기관인 기후행동추적(CAT)은 2016년에 이어 지난달에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혹평했다. 기후행동추적은 “한국은 기후변화 4대 악당국가”이며 “한국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하다”고 지적했다. 감축 목표도 너무 낮고 방법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특히 해외탄소시장을 통해 11.3%를 감축하겠다는 정책에 반대해왔다. 이소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정책연구보고서를 기준으로 11.3%를 해외에서 감축하려면 매년 1조원 이상을 들여 배출권을 사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정도 비용이라면 차라리 국내에서 감축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37%라는 목표 자체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에 3억1,500만톤을 줄여 5억3,600만톤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는 한국이 2009년에 설정한 2020년 목표(5억4,300만톤)를 기간 내 달성하지 않고 10년 더 지연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 국장은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적정 감축목표를 고려하면 37%보다 훨씬 과감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축 목표를 정할 때 배출전망치(BAU) 대신 특정연도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AU는 전망 시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추정치인 것을 감안해 상대적 감축목표가 아닌 절대량 방식의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정부는 우선 해외에서 감축하기로 한 11.3%를 국내에서 감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37%의 목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산업, 발전, 가정, 공공 중 어느 분야에서 줄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이행계획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37%를 전부 국내에서 감축하는 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수의 감축시나리오를 토대로 정부 내 협의와 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반기 중 확정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센터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0.2%(100만톤) 증가한 6억9,020만톤을 기록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에 올라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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