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국 62년 만에 러 전투기 격추
‘反IS 동맹’ 분위기 일순 살얼음판
러 가스 유럽공급 등도 차질 예상
터키가 자국 영공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이슬람국가(IS) 격퇴라는 공동목표로 형성되던 서방과 러시아 간 화해 협력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기는 1953년 한국전 종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전투기 추락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터키에 공개 경고를 했고 터키는 즉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긴급 특별회의를 요청했다. “돌연 냉전시대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24일 전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입장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해야 시리아 내전에 따른 지역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터키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 반군 거점에 대한 공습에 주력해 터키 정부를 자극해왔다. 결국 이번 러시아 전투기 격추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으로 가깝게는 대 IS 공동전선 형성, 시리아 내전 해결 등을 핵심으로 한 중동 문제부터 멀게는 우크라이나 내전이나 러시아 가스 유럽공급 등과 같은 경제협력까지 광범위한 현안들의 해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의 러시아 분석가 드미트리 트레닌은 가디언에 “터키와 러시아 간의 관계가 앞으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더 이상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터키를 우호국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와 터키 간에 진행해 온 천연가스 수송 프로젝트인 ‘터키 스트림’도 이번 사건으로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이 가스망을 2016년 12월부터 건설할 계획이었다. 또 러시아 정부가 자국 영공의 터키 비행기 운항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유럽리더십네트워크(ELN)의 이언 컨스 대표는 “이번 사건이 외교 관계에 중대한 타격을 미치겠지만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터키와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단절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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