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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다 쓴 정부, 한반도 운명 걸린 美中 패권대결 지켜보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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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다 쓴 정부, 한반도 운명 걸린 美中 패권대결 지켜보는 신세

입력
2016.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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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 등 독자 경제봉쇄

美 대북 제재법안 효과에 달려

사드 문제도 韓中 → 美中 테이블로

안보리 제재도 양강 협상으로 진행

양국 전략적 이해에 끌려갈 소지

핵무장론 대두도 정부 무기력 징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이 촉발시킨 한반도 위기 국면의 초점이 점차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양상에 맞춰지고 있다. 북한의 핵 도발에 맞선 정부의 초강경 조치들의 승패도 결국 미중 간 힘겨루기 결과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가 일찌감치 카드를 남발, 균형외교의 지렛대를 잃은 탓에 양강의 패권 경쟁을 지켜보는 궁색한 처지에 몰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통해 선제적으로 나선 대북 경제봉쇄가 미중 경쟁 구도와 직결된 사안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차단한 1억 달러는 북한 대외무역(70억~80억 달러)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상징적 조치에 가깝다. 경제봉쇄의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우리 정부는 미 의회가 통과시킨 대북제재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의 강력한 시행 의지와 중국의 호응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대북제재법에 따라 미 행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을 광범위하게 겨냥하고, 중국이 뒤따라 오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시늉에 그친 조치만 단행하거나, 또는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 북한 봉쇄는 뒷전이 되고 한반도 갈등만 고조시킬 수 있다. 미중 갈등 양상에 따라 제재 효과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한중 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도 미중 테이블로 옮겨 확전되는 양상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2일 존 캐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경고한 데서 보듯 중국이 미국에 직접 항의하는 모양새로 바뀌었다.

한 달여를 넘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도 미국과 중국의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15개 안보리 이사국과 접촉하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미중 담판을 지켜보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미중 경쟁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동남아 일대까지 걸쳐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북핵 문제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의식해 북한을 전략 자산으로 더욱 끌어안게 되면 미국도 사드 배치를 매개로 동북아 미사일방어체제(MD)를 가속화해 중국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차원이라 강조해도 미중 간 전략적 계산에 끌려갈 소지가 큰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중 경쟁을 우리의 국익에 따라 조율할 정부의 지렛대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협의 결정에다 개성공단 중단이란 초강경 조치로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했지만, 중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마땅한 추가 대응카드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두고 대북ㆍ대중국 지렛대를 국제 정세를 고려치 않고 즉흥적으로 남발해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 단행된 5ㆍ24 조치도 북한의 경제 제재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북한의 대중 무역만 늘리는 풍선효과를 낳았다. 우리의 대북 지렛대는 잃고 중국의 지렛대만 키우는 결과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여권에서 대두되는 비현실적인 핵무장론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주도적으로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우리 정부의 무기력증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무장론은 한미동맹까지 흔드는, 최악의 상황에서 나올 최후의 카드다”며 “핵무장론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은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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