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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의 출사표… 이대로면 행복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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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의 출사표… 이대로면 행복사회

입력
2017.0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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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은 말에 혼을 담고 신념을 투영한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그래서 한 정치인이 만들고 싶은 세상의 집약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결론을 3월 13일 이전에 내겠다고 밝히면서 빠르면 4월말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잠룡들도 앞다퉈 출사표로 자신의 정치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반기문 “분권과 협치, 연정으로 대통합”

25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신상순 선임기자
25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신상순 선임기자

범여권의 대선주자들 중에선 가장 지지율이 높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직 정식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12일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밝힌 사실상의 ‘출사표’에서 대통합과 정치교체를 주장했다. 이후 반 전 총장이 ‘제3지대 빅텐트’ 구축 행보를 이어가면서 반 전 총장의 대통합과 정치교체는 ‘反문재인’ 세력의 연대, 개헌을 통한 분권과 협치, 연정으로 구체화됐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현재의 정치를 “패권과 편 가르기”, “낡은 정치, “나쁜 정치”로 규정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표현했다. 반 전 총장의 진보적 보수주의의 실체는 추후 그가 밝힐 공약으로 검증될 것이다.

●가짜보수 전복 꿈꾸는 유승민 “용감한 개혁”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배우한 기자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배우한 기자

26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한 유승민 의원은 기자회견장 배경에 커다랗게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용감한 개혁’을 적었다. 과거 연설로 짚어보면, 그의 ‘정의로운 세상’은 헌법의 가치가 실현되는 민주공화국, 또 양극화와 불공평, 불공정을 바로잡는 따뜻한 공동체다. 기득권을 지키고 가진 자를 대변하기에 급급했던 보수는 ‘가짜보수’라는 게 유 의원의 생각이다. 수구세력으로 전락한 보수의 전복을 꿈꾸기에 그는 ‘개혁’이라는 단어 앞에 ‘용감한’을 붙였다. 한나라당 시절인 2011년 전당대회 때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을 때도 ‘용감한 개혁’을 깃발로 내걸었다.

●남경필 “권력은 나누면 커진다”…‘연정’ 브랜드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 남경필 경기지사.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 남경필 경기지사.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하루 앞서 역시 바른정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준비된 연정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권력은 나누면 커진다”는 건 그의 소신이다. 출마선언에서도 남 지사는 “권력을 소수가 독점하면 썩게 마련이고 그 특권세력이 국정농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정’을 경기도정에도 직접 적용해온 남 지사는 이를 자신의 대표 브랜드로 삼고 있다. 부지사를 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고, 인사추천권과 예산권도 야당에 할애했다. 그래서 자신이 ‘준비된 연정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52살로 대선주자들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남 지사는 ‘정치의 세대교체’도 주장하고 있다.

●강력한 정권교체론으로 대선까지 쭉 ‘문재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신입 소방관들이 교육받고 있는 서초구 서울소방학교 강의실을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고영권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신입 소방관들이 교육받고 있는 서초구 서울소방학교 강의실을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고영권 기자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아직 정식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잇단 메시지에서 ‘정권교체’를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교체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구호가 됐다. 현 정권을 비롯해 이명박ㆍ박근혜 두 보수정부 10년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심판론 역시 높은 상황이다. 2012년에 이어 두번째로 대선에 도전하는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통해 만들어낼 새로운 대한민국, 그렇게 해서 시작되는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바로 더 좋은 정권교체” 안철수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당 고문단 오찬에 참석한 안철수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당 고문단 오찬에 참석한 안철수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계에 발을 디디면서 ‘새 정치’를 내세웠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요즘 거의 이 말을 쓰지 않는다. 같은 야권에서조차 ‘대체 새 정치가 뭐냐’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대망론을 접은 건 아니다.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그는 최근 독한 발언을 내놓으며 권력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야권주자 중에서는 문 전 대표 다음의 지지율을 보이는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 특히 날을 세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KBS 대선주자 대담에서 “이번에는 정권교체는 당연하며 (나와 문 전 대표)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를 생각하면) 국민들이 더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더 좋은 정권교체’라는 의미다.

●안희정 “시대교체는 함께… 대통령 한 사람이 못하는 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 씨어터에서 '19대 대통령 출마선언을 위한 5시간 즉문즉답'을 진행하며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 씨어터에서 '19대 대통령 출마선언을 위한 5시간 즉문즉답'을 진행하며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좀더 포괄적인 ‘시대교체’를 깃발로 들었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온ㆍ오프라인으로 시민들과 장장 5시간 동안 ‘전무후무 즉문즉답’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출마선언을 했다. 안 지사는 그런데 “시대교체를 하겠다”가 아니라 “시대교체를 함께 하자”고 했다. “대통령 한 사람 뽑았다고 해서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 주권자 여러분이 참여하는 게 새 정치”라는 것이다. 남 지사와 마찬가지로 52살로 젊은 후보인 안 지사는 “단순히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30년을 내다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세론을 겨누고 있다.

●“공정한 사회 꿈꾸는 한국의 샌더스”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3일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을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겨레TV’ 인터뷰에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필생의 꿈”이라며 “그것을 위해 변호사, 시민운동가, 시장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SNS에서 도발적인 입담으로 인지도를 쌓고 ‘기본소득 도입’ 등 혁신적인 정책 논쟁으로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좌파의 트럼프’ 혹은 ‘한국의 샌더스’로도 불리는 이유다. 이 시장은 “기득권과 싸우지 않고 그들과 공생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구두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심상정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언니가 간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19일 국회에서 19대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19일 국회에서 19대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현재까지는 유일한 여성 대선주자이자 진보당 출신이다.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심 대표는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층과 대기업에 유독 ‘민주적인’ 불공정을 바로잡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심 대표의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에는 가족, 특히 여성이 있다. 아이 키우는 엄마ㆍ아빠 노동자들의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확대하고 의무화하는 이른바 ‘슈퍼우먼 방지법’은 ‘가족이 있는 노동’을 구현할 대표 공약이다. “거기 어디니, 언니가 갈게”라는 SNS 동영상 멘트로도 화제를 몰았던 그에게는 ‘심블리’(심+러블리)라는 별칭과 ‘심크러쉬’라는 팬클럽이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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