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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위해 망가진 KBS 기자… '기자테이너 시대' 신호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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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위해 망가진 KBS 기자… '기자테이너 시대' 신호탄 올라

입력
2015.02.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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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 기자 6명 '1박2일' 출연

직업 본질 관계 없이 예능도구 활용

"아나테이너 만들더니..." 비판 봇물

보도국 기자들이 출연한 기자특집을 3주 동안 방송한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보도국 기자들이 출연한 기자특집을 3주 동안 방송한 KBS '해피선데이-1박2일'.

‘아나테이너’가 인기인 시절이 있었다.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인 아나테이너는 2000년대 초반 강수정, 노현정 등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으면서 전성기를 이뤘다. 1990년대 반듯하고 모범적이었던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예능과 만나 시청자를 웃겨야 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당시 강수정은 ‘해피선데이-여걸식스’에 고정 멤버로 출연해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이미지로, 노현정은 ‘상상플러스’와 ‘스타골든벨’에 나와 ‘얼음공주’로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아나테이너의 출연은 공영방송 KBS에서 시작됐다. 그 후 KBS의 박지윤, 최송현, 전현무 등이 예능에 단골 MC로 등장해 아나테이너로 성장했다.

“공영방송이 아나테이너로 넘쳐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는 아랑곳 없이 KBS를 시작으로 MBC나 SBS의 아나운서들도 대거 예능에 출연해 ‘아나테이너 시대’를 열었다.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되면서 엄격하고 신중해야 할 뉴스 진행을 맡길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지난 7일 ‘해피선데이-1박2일’은 기자특집을 마련해 보도국 내 기자 6명을 출연시켰다. 최근 KBS 드라마 ‘힐러’와 SBS ‘피노키오’가 인기를 끌면서 기자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도 높아져 그들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KBS 예능국에서도 기자특집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의 시청률 경쟁도 신경 쓰였을 것이다.

그러나 10여년 전 아나테이너를 만들었던 방식 그대로 기자들을 예능의 도구로 삼는 장면들은 불편하기만 했다. 기자들은 장장 3주에 걸친 방영기간 동안 ‘1박2일’ 멤버들과 복불복 게임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매운 어묵, 소금 식혜, 까나리액젓 커피를 먹고, 물총으로 서로의 얼굴을 망설임 없이 쏘고, 제자리에서 코끼리 코 돌리기를 하다 어지러워 바닥에 드러눕는 등 몸 개그로 일관했다. 게스트라고, 기자라고 봐줄 리 없는 ‘1박2일’이었다. 하지만 뻔하디 뻔한 장면이었고, 기자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과는 전혀 무관했다. 기자특집이 방영된 이후 ‘1박2일’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에는 벌써부터 ‘기자테이너가 등장했다’, ‘아나테이너 뺨치는 기자테이너’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공영방송인 KBS가 아나테이너를 양성했을 때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며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며 “종편도 아니고 굳이 기자들까지 예능에 출연시켜 시청률 장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TV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의 기대에는 엄중하고 공정한 뉴스 보도를 해달라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그들에게 웃기고 망가지라고 수신료를 내는 게 아니다. KBS가 정말 기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방법도 있었다. 뉴스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마저 재미만을 위해 동원된다면 공영방송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뿐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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