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갈등 81.4%로 감소 4위
지역 갈등보다 성별ㆍ세대별 ↑
정부 갈등 조정 능력은 ‘낙제’
우리 사회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갈등 요소로 이념 대립보다 경제 양극화 등 민생 격차 문제가 가장 많이 꼽혀 우리 사회 갈등 지형이 이념에서 경제 문제로 이동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간 이념적 이슈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던 한국 사회가 소득 격차 문제를 중심으로 반쪽으로 갈라지는 모습이어서 정치권도 민생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2013년부터 매년 실시해온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 ‘경영자와 노동자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조사에선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높은 응답률(86.6%)을 보였다. 빈부 격차와 정규직ㆍ비정규직 근로자 간 갈등의 심각성을 꼽은 의견도 지난 4년간 85%대의 높은 응답률을 유지해왔다. 조선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 일부 대기업의 후진적 경영 행태와 부도덕한 갑질 횡포,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 구조 양극화에 대한 불만 여론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간의 이념 갈등의 심각성을 꼽는 응답은 2013년도 89.3%에서 계속 감소하다 올해는 81.4%까지 떨어졌다. 2013년 조사에서 이념 갈등의 심각성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올해 조사에선 4순위까지 밀린 것이다. 지난 4?13총선에서 제 3당 정당이 출현하는 등 정치 지형이 다극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유발 요소였던 지역 갈등이 옅어지고, 성별과 세대별 갈등이 부각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조사에서 영남과 호남 간 지역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의견은 52.7%로 2014년의 응답율(61.5%)에 비해 상당폭 감소했다.
반면 남녀 성별 갈등의 심각성을 응답한 의견은 45.8%로 지난해 응답(30.7%)에 비해 15.8%포인트나 올랐다. 전년도 대비 상승폭이 가장 큰 갈등 요소다. 지난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으로 촉발된 ‘여성혐오’현상이 남녀 대립 구도로 번지면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 요소로 인식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갈등 역시 2013년 조사(61.1%)에 비해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68.9%를 기록했다.
한편 국민들은 박근혜정부의 갈등 조정 관리 능력에 대해서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이전 정부 대비 박근혜정부에서 갈등이 늘었다는 의견은 매년 10%포인트 이상 늘었지만, 갈등 관리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들은 ‘이전 정부 대비 박근혜정부에서 갈등이 늘었냐’는 질문에 6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집권 초기인 2013년에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3%였는데, 2014년 54.3%, 2015년 66.7%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갈등해소 노력을 묻는 질문에, 노력한다는 의견은 29%에 불과했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71%에 달했다. 갈등 조정 능력은커녕 적극적 중재자로서 역할을 마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의 경우 노력한다는 응답(36.2%)과 노력하지 않는다(63.8%)의 격차가 27.6%포인트에 그친 반면 올해는 42%로 더 벌어졌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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