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디카 먼저 개발하고도
주력 필름에 집착하다 결국 파산
후지는 필름 만드는 기술 응용
노화 억제 화장품 만들어 돌파구
“장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비결은 무조건 한 우물만 판 것이 아니라 핵심사업과 핵심역량을 구분할 줄 알았다는 점이다.”
기업분석 전문가인 임지아(사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5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무조건 적인 집중보다는 핵심 역량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한 우물을 파더라도 핵심사업보다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3대 필름업체였던 코닥과 후지필름이 좋은 사례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주력인 필름 사업을 고집했다. 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코닥은 결국 2012년 법정파산신청을 했다.
반면 경쟁사인 후지필름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할 수 있었다. 필름 자체는 사양 산업이었지만 80년 남짓 필름을 만든 기술을 이용해 필름의 주성분인 ‘콜라겐’과 필름의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성분 ‘아스타잔틴’에 주목했다. 콜라겐과 항산화 성분은 피부 노화를 막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후지필름은 80년간 쌓아온 필름 기술로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를 만들었다. 지난해 후지필름은 화장품을 통해 역대 최고인 2,000억엔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임 연구원은 “코닥은 핵심사업인 필름 분야에만 집착해 디지털화된 시장 흐름에 발 맞추지 못하고 무너졌다”며 “반면 후지필름은 핵심역량인 필름 만드는 기술에서 혁신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후지필름은 ‘우리가 가진 기술 중 필요한 성분을 균형있게 배합해(formulation) 필요한 곳(targeting)에 필요한 형태로 제공(delivery)’하는 FTD 원칙에 충실했다”며 “기술이라는 핵심역량에 집중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변신하면서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고 적자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닌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주력사업까지 버리는 용기가 있는 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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