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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분권 차원에서 논의해야

입력
2017.03.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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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을 두고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이슈는 창조경제와 맞물린 미래창조과학부 개편,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설치다.

전문가는 물론 언론, 심지어 대선주자들조차 개편방안에 대한 시각이 크게 둘로 나뉜다. 얼마 전 한 주자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자 또 다른 주자가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산업육성,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닌 만큼 컨트롤타워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어떤 주장이 맞을까? 지금처럼 선진국에 뒤쳐진 채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자율성 훼손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보다 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의문도 든다.

종종 우리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전혀 다른 분야에서 찾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현상은 달라도 그 본질은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 문제도 세간에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개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권력을 나눠야 한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중앙의 권한을 이관 받기 위해 지방분권을 명문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개헌의 핵심은 분권이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논의에도 분권의 개념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금처럼 국가성장전략을 두고 부처가 다투는 상황에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부의 권한을 나눠야 한다.

지금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권한은 중앙부처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연구개발사업의 목표 설정은 물론 사업별 과제의 기획과 선정, 심지어 각 과제별 성과관리까지 사실상 모든 업무에 대해 권한을 행사한다.

정작 실제 연구를 하는 사람의 자율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할 질문은 물론 답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연구의 내용, 심지어 방법까지 모두 정부가 결정하기도 한다. 연구자가 공고된 방법보다 더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할 정도다.

연구자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 연구재단, 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같은 연구관리전문기관들은 자율성은 고사하고 아예 존재 자체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전문기관인 과학기술진흥기구는 문부과학성이 세운 중기목표에 맞춰 중기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이를 집행한다. 핵심적 연구전략은 이 기구의 전문가들이 맡는다.

우리나라의 연구관리전문기관들은 모든 권한이 정부부처에 있다 보니 대집행 기관에 불과하다. 종종 연구자들이 전문기관의 과도한 규제를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들 기관 책임이 아니다. 이들은 정부부처에서 내린 오더를 집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부처와 연구관리전문기관, 그리고 연구자의 분권이 필요하다. 국가전략과 큰 방향은 정부부처가 정하되 전문성을 요하는 연구사업의 세부기획과 집행은 전문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주어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연구자의 당연한 권리다.

분권을 하면 과학기술만으로 한 부처를 구성하기 어렵다. 대신 이 부처는 혁신주무부처로서 지능정보, 바이오 등 미래성장동력을 맡아야 한다. 특히 농업을 제외한 바이오정책의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작년말 감사원은 재단 운영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사업의 존폐를 고민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년 간 혈세 5천억 원이 넘게 들어간 사업이다. 이 사업을 주관한 미래부, 복지부, 산업자원부는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다. 그럼에도 이 지경이 된 이유는 3개 부처가 서로 영역다툼을 하면서 재단의 미래 준비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곽노성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획평가위원ㆍ식품안전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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