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2일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 복당과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집단 탈당했다. 홍준표ㆍ유승민 단일화를 요구했던 이들의 이탈로 원내 제 4당으로 출발했던 바른정당은 졸지에 의석 수가 19석으로 줄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마저 상실했다. 조만간 탈당할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을 포함, 2~3명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있다니 당세는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개혁보수 깃발을 높이 들었던 바른정당이 창당 100일도 안돼 당세가 반쪽 나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탈당 의원들은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친북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 등의 표현에서는 구태의연한 색깔론까지 어른거린다. 탄핵 정국에서 국정농단 책임과 친박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던 그들이다. 1월 창당 때 보수의 새 가치를 내걸고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런 그들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는 곳으로 되돌아갔으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던 친박계 인사들로부터까지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지” “명분도 원칙도 없다”는 등의 빈축을 사겠는가.
지지율이 5%를 밑도는 유승민 후보가 보수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당원과 일반국민의 참여 속에 민주적인 경선 절차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뽑아놓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사실상 중도하차를 뜻하는 단일화 압박을 가하다가 투표일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집단으로 탈당했다. 이는 자기부정이자 정당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국민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부채질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들의 탈당과 홍 후보 지지 선언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선거 전 탈당을 결행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등을 염두에 두고 자기 살 길을 찾겠다는 얄팍한 계산에 다름아니다. 유 후보는 이런 분란 속에서도 “오는 9일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신의를 도외시한 후보나 정당들 간 이합집산은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지난해 4ㆍ13 총선에서 잘 드러났다. 유 후보는 적어도 이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