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걱정되는 행태”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이일규 전 대법원장 서세 10주년 추념식’에서 “대법원장의 첫째 가는 임무는 재판의 독립을 지켜 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구속영장 기각이나 구속적부심을 통한 석방 등 법원 결정을 비난하는 일각의 흐름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발단은 법원이 국군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관여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 주면서다. 그러자 여권에서 “구속적부심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라며 비난을 쏟아 냈고 일부 네티즌도 가세했다. 여기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도 지난달 30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자 검찰과 법원 간 갈등마저 심화되는 양상이다. 법원은 “자진 출두한 피의자를 긴급 체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고, 검찰은 “적법절차를 준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구속된 피의자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하는 것은 엄연히 법원의 고유권한이다. 더욱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이를 두고 정치권 등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법원에 비난을 퍼붓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적부심에서 풀려난다고 관련자들이 면죄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뿐이다. 검찰이 내용을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 피의자에 대한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속이 ‘징벌적 의미’로 받아들여진 데다 법원과 담당 판사에 따라 구속 기준의 편차가 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구속적부심 석방 판결도 불과 10여일 만에 같은 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이라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검찰도 피고인의 인권을 우선하고 수사에 공정성이나 적법성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구속적부심 결과에 흔들리지 말고 증거를 보강하고 법리를 탄탄하게 구성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법관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하는 사법부 독립은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 줘야 하는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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